“세계적으로 핀테크(금융·IT 결합) 분야에서 정말 많은 혁신 스타트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핀테크 분야에서 여전히 해마다 30% 이상의 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 중국과 한국 스타트업 간 협력 기회는 더욱 무궁무진해질 것입니다.”
‘서울포럼 2018’의 부대행사로 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중국 벤처캐피털(VC) 업계 1세대 신중리터우즈의 류자오천 총경리는 중국과 한국 기업 간 유망 협력 분야 중 하나로 ‘금융 테크놀로지’를 꼽았다. 정통 금융산업에 빅데이터·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금융기관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원가를 절감시키는 핀테크가 앞으로 중국 VC의 구미를 강하게 당기는 분야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관측이다.
류 총경리가 한중 기업 간 협업 분야로 핀테크를 가장 먼저 꼽은 것은 현재 중국 시장에 불고 있는 변화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중국은 한때 금융 후진국으로 치부됐지만 이른바 핀테크 혁신이 일어나면서 금융 분야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제한을 최소화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정부 규제 정책과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에 힘입어 핀테크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중국 VC들도 해당 기업들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핀테크 투자는 1조7,300억원 규모에 달해 미국(7조6,700억원)과 영국(1조9,400억원)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류 총경리는 “중국에서는 현재 산업·소비 등 크게 두 개의 축에서 업그레이드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 급속한 변화를 이끌어낼 힘을 지닌 독보적 첨단기술을 지닌 기업에 중국 VC의 이목도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 총경리는 핀테크 외에 한중 기업 간 협업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로 로봇산업에도 주목했다. 류 총경리는 “로봇 분야만큼은 한국과 일본이 중국보다 크게 앞서 있다”며 “현재 중국에서는 고령화 현상과 맞물려 인력을 대체할 경량 공업용 로봇 사용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데 가성비와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 로봇 관련 스타트업은 관심 있게 살펴볼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미 실리콘밸리나 세계 유명 대학 내 로봇 과학자들이 만든 관련 스타트업에는 중국을 비롯한 유명 VC들의 투자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한국의 로봇 스타트업이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확대하려면 신중리와 같은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현지 유명 VC와 협업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그는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서비스용 로봇 사업 발전을 위해 해외 기업과 일본 스타트업 간 제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중국 역시 AI 등 로봇 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기술 협력 수요가 높아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투자를 이끌어내기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류 총경리는 특히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서비스용 로봇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예측했다. 최근 국제로봇연맹(IFR) 역시 오는 2020년까지 의료 등 전문 서비스용 로봇과 가사·엔터테인먼트 부문을 대체할 개인 서비스용 로봇 성장률을 20~30%대로 내다보기도 했다. 지난 1월 미 라스베이거스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는 인간과 공감하는 가사 지원, 엔터테인먼트 로봇을 전시한 부스가 많은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이날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는 중국 내 최고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로 꼽히는 촹신궁창의 랑춘위 공동창업자도 중국 투자 시장 현황과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방향을 담은 기조연설을 했다. 촹신궁창은 현재까지 1억달러(1,080억원)가 넘는 투자 프로젝트만 50개 이상 진행하고 있으며 총 4곳의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키워낸 ‘큰손’으로 통한다. 현재 촹신궁창의 자산 규모는 약 110억위안(1조8,600억원)에 이른다.
랑 공동창업자는 이 같은 통 큰 투자가 가능한 이유로 “창업자에게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 잘 아는 분야, 확신이 있는 분야를 찾아내 집중투자한다”며 “투자자인 촹신궁창의 임직원 전부가 관련 분야 전문가이니만큼 투자까지의 절차가 속전속결로 진행된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촹신궁창 투자팀의 80% 이상은 이공계 출신으로 신기술 예측에 정통한 이들이 많은 만큼 투자 결정은 독보적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에 집중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편 이번 한중 비즈니스포럼은 양국의 경제협력과 발전에 관심이 많은 500여명의 기업인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서울경제TV SEN과 중국 마케팅 전문 기업인 상하이씨앤와이의 공동 주최로 성황리 개최됐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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