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물근성이 체화된 할리우드 시스템은 더러 대견스런 성과물을 세상에 내놓는다.
아득히 잊혀졌던 쿠반재즈의 감동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되살려낸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도 그 하나다.
1930~1950년대 황금기를 누린 쿠바 음악의 성지였던 고급 사교장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1959년 친미 바티스타정권이 축출된 후 미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문을 닫았고 뮤지션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제3세계 음악에 심취한 레코딩 프로듀서 라이 쿠더를 앞세워 쿠바 음악의 옛 흔적을 찾아 나선 빔 벤더스 감독은 아바나의 남루한 골목길에서 음악 자체가 삶이었던 백발의 거장들을 하나 둘 찾아냈고 콤파이 세군도, 루벤 곤잘레스 등 당대를 풍미했던 뮤지션들은 5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새롭게 밴드를 결성한다.
단 6일간의 녹음으로 완성된 앨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80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세계 대중음악사에 유례없는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silencio’ 는 아바나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라이 쿠더의 눈에 띄어 밴드에 합류한 ‘쿠바의 냇 킹 콜’ 이브라힘 페레르와 유일한 여성보컬 오마라 포르투온도의 듀엣곡이다.
혁명으로 가수의 삶을 잃고 구두닦이로 생계를 유지해온 이브라힘 페레르의 담담하고 맑은 보컬이 주는 울림이 묵직하다.
내 정원에 잠든
흰 백합, 달맞이꽃 그리고 장미들.
슬프고 고통스런 나의 영혼은
꽃들앞에서 그 쓰라린 고통을 숨기려해.
삶이 내게 준 그 고통들을
꽃들에게 알리고 싶지는 않아.
만약 내 아픔을 알게된다면 함께 울테니까.
조용. 달맞이꽃과 백합들이
잠들어 있어.
내 아픔을 알리고 싶지는 않아.
만약 내가 울고 있는 걸 본다면
시들어버릴지도 모르니까. 
PS: 1932년 첫 공개된 ‘silencio’ 원곡의 작곡가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라파엘 에르난데스(Rafael Hernandez)다. 이브라힘 페레르의 처연함과는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박문홍기자 ppmmhh68@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