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을 겨냥한 외국계 투기자본의 공격이 잇따르는 가운데 국회에서 기업 경영권 방어수단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추진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15일 차등의결권과 신주인수선택권 도입이 담긴 상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국계 투기펀드인 엘리엇이 현대자동차·삼성 등을 겨냥해 공격을 일삼는 데 대한 조치로, 일명 ‘엘리엇 방지법’이다. 차등의결권 제도는 특정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일부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로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신주인수선택권은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경영권 침해 시도가 있을 경우 신주를 발행할 때 기존 주주에 시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지분매입 권리를 부여한다. 주식이 헐값으로 발행돼 기업 가치가 하락할 위험이 있어 ‘독약처방(포이즌필)’으로도 불린다. 두 제도는 그동안 ‘1주 1의결권’ 원칙에 반하고 대주주 권한 남용과 견제 무력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으로 국내에서는 도입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외국 자본과 국내 기업 간 경영권 분쟁이 잇따르면서 재계를 중심으로 경영권 방어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 의원의 이번 상법개정안은 정부·여당의 재벌권력 견제 정책에 대한 ‘맞불’ 격이다. ‘재벌개혁’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다중대표소송제·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 도입 등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해 재벌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자는 취지의 상법개정안 입법을 꾸준히 추진했다. 여당의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에 맞서 야당은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나섰다.
야당은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이번 정부의 기조가 외국계 투기자본에 대한 국내 기업의 취약성을 높인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지난 2015년에는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해 피해를 입혔고 2005년에는 SK텔레콤이 소버린으로부터 9,000억원, 2006년에는 KT&G가 칼아이칸으로부터 1,500억원의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윤 의원은 “제2의 소버린, 제2의 엘리엇이 나오지 않도록 무방비로 노출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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