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방송되는 MBN ‘휴먼다큐 사노라면’에서는 ‘굼벵이 부부의 가족끼리 왜 이래’ 편이 전파를 탄다.
▲ 전라북도 익산, 무언가 이상한(?) 굼벵이 부부의 알콩달콩 귀농 생활
전라북도 익산시 웅포면. 이곳에는 굼벵이를 키우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신중범(60), 김덕지(51) 부부가 있다. 알에서 부화하여 조금씩 자라는 굼벵이가 그렇게 귀여울 수 없다며 굼벵이를 자식 자랑하듯 뿌듯하게 말하는 이 부부는 굼벵이를 사랑하는 만큼 서로에 대해 사랑도 각별해, 동네 소문난 잉꼬부부이다.
농장에 견학 오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야무지게 굼벵이 사육에 관해 설명하는 것은 물론이며 높은 곳에 달린 농장 CCTV 점검까지 도맡아 하는 아내, 텃밭에서 나물을 뜯어다가 순식간에 한 상을 차려내고 아내의 후식까지 알아서 척척 내오는 남편. 뭔가 뒤바뀐 것 같지만 너무나 잘 어울리는 부부다. 오늘도 그렇게 부부의 행복하고 평온한 하루가 저물어 갈 무렵 결혼을 앞둔 딸의 전화가 걸려왔다.
▲ 아름다운 딸의 결혼사진, 점점 굳어지는 아내의 얼굴
오랜만에 걸려온 딸의 전화에 웃음꽃이 활짝 핀 남편, 그런데 아내의 표정은 조금씩 굳어진다. 사실 16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홀로 아이들을 키워왔던 중범(60) 씨. 지인의 소개로 6년 전, 지금의 아내 덕지(51) 씨를 만나 재혼을 하게 됐다. 초혼이었던 덕지(51) 씨는 남편을 배려해 결혼식도, 결혼사진도 찍지 않고 혼인신고만 하자고 했다. 덕지(51) 씨는 처음에 장성한 자식이 둘이나 생긴다는 것이 든든하고 좋았다. 하지만 어떻게 엄마 노릇을 해야 할지 잘 몰라 고민이 되고 또 여전히 계속되는 어색한 거리감에 가끔은 외로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드디어 기다리던 딸과 예비사위가 오고 예비사위는 부부에게 결혼사진을 보여준다. 어떻게 이렇게 예쁠 수 있을까. 항상 못 해준 것만 같았던 딸은 사진 속에서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품은 채 웃고 있다. 언제나 자신이 밥을 차려주어야 할 것만 같던 딸이 어느덧 다 커서 시집을 간다니... 싱숭생숭한 기분을 감출 수 없는 남편. 그리고 그런 남편과 다른 이유로 아내의 마음도 뒤숭숭해져만 간다.
딸이 가고 난 뒤, 뭔가 침울해진 아내. 그날 저녁 아내는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꺼낸다. 바로 자신의 호칭. 결혼한 지 꽤 됐건만, 아직 자식들이 덕지(51) 씨를 부르는 호칭이 없었던 것이다. 이제 딸이 결혼을 하게 되니 뭔가의 호칭으로 불리고 싶다는 아내.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더 기다려보자고 별일 아닌 것처럼 얘기하는 남편의 말에 아내의 서운함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 ‘내가 남이야?! 도대체 난 뭐야!’ vs ‘중간에서 난 어쩌라고!’
다음날, 일을 하는 내내 아내의 신경은 날이 서 있지만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리고 잠시 뒤, 갑작스럽게 젊은 부부가 농장견학을 왔다. 아내는 심란한 마음을 뒤로하고 농장을 견학시켜준다. 뒤에서 멀찍이 지켜보던 남편이 젊은 부부가 떠난 후 설명할 때 빼먹은 게 있다고 한소리 쏟아낸다. 그런데 평소와는 다르게 뒤에서 타박하지 말고 앞서서 말하라는 아내의 예민한 반응에 남편은 당황한다. 아내의 예민한 반응이 도통 이해가 안 되는 남편. 아내는 그런 남편을 두고 가공식품 교육을 받으러 갔지만, 아내 역시 뒤숭숭한 마음 때문인지 교육에 집중을 못 한다.
교육 후, 아내는 마음을 가다듬고 남편과 다시 대화를 나누기 위해 남편이 좋아하는 치킨을 사 왔다. 아내는 식탁에 앉아 남편과 치킨을 먹으며 자신의 속마음을 다시 얘기해본다. 당신에겐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자신은 진짜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서운하다고 말하는 아내.
자신이 남편의 아내인지, 아니면 남편의 일개 동거인인지... 이름을 불리기 전, 평범한 몸짓이 이름을 불리고 나서야 하나의 온전한 꽃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내는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저 가족 안에서의 ‘이름’을 원할 뿐이다. 하지만 남편은 오랜 시간 어머니 없이 자라온 아이들이 그런 호칭을 쉽게 하겠냐고, 시간을 갖고 기다리지 못하고 왜 그렇게 조급하냐며 같은 말을 반복한다. 또 ‘새어머니’라는 호칭이 가지고 오는 ‘재혼’이라는 상황을 굳이 세간에 알려야 하냐며 자신의 처지는 생각 안 하냐고 아내에게 도리어 역정을 낸다.
다음날, 남편에 대한 서운함이 폭발한 아내는 결국 자취를 감추고... 남편은 아내가 올 시간이 지났지만 들어오지를 않자 애가 타기만 하는데...
재혼 가정에서 벌어지는 ‘호칭’의 부재에 의한 갈등. 과연 굼벵이 아내 덕지 씨는 자신의 ‘이름’을 찾을 수 있을까?
[사진=MBN ‘휴먼다큐 사노라면’ 예고영상캡처]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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