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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부동산 이중매매도 배임죄로 형사 처벌해야"

'매수인 보호 vs 민사 영역' 법 해석 논란

8명 법관 배임죄 적용 손 들어줘... 5명은 반대 의견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매도인이 중도금을 받은 뒤 부동산을 제3자에게 양도한 ‘부동산 이중매매’ 행위도 배임죄로 형사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1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배임 혐의로 기소된 권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권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피고인 권모씨는 지난 2014년 8월 서울 가산동 상가 건물을 13억8,000만원에 팔기로 계약하고 당일 계약금 2억원을, 같은해 9월 중도금 6억원을 각각 받았다. 하지만 권씨는 잔금 지급이 미뤄지는 사이 이듬해 4월 신모·홍모씨에게 해당 건물을 15억원에 매도하고 소유권등기를 이전했다. 검찰은 이 같은 행위가 배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권씨는 또 국내 시중은행 대출 담당자 허모씨와 함께 재무상태를 위조해 52억8,000여 만원의 대출을 받아낸 사문서위조·사기 혐의도 받았다.



1심은 권씨와 허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이들에게 각각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배임 혐의는 무죄로 보고 권씨와 허씨의 형량을 각각 징역 5년과 4년으로 낮췄다.

이 사건은 국가형벌권의 개입 범위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법조계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양상을 보였다. 부동산 이중매매 문제는 민사 영역이라는 주장과 매수인 보호를 위해 배임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했다. 이에 대법원은 지난 3월22일 이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기도 했다.

다수 의견을 낸 8명의 대법관은 “중도금까지 지급돼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면 매수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할 신임 관계에 있게 되므로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5명의 대법관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로 처리하면 될 사안에 죄형 법정주의 원칙까지 허물어가며 형사 처벌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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