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17일 “북남 고위급 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 위원장이 지목한 ‘엄중한 사태’는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다. 북한은 지난 16일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당일 새벽 일방적으로 연기하면서도 맥스선더를 문제 삼았다. 주한미군과 한미연합훈련을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던 북한이 최근 들어 계속 트집을 잡고 나서자 한미 훈련을 거북하게 보는 중국이 북한에 요청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리 위원장은 이날 남북 고위급회담 무산 책임과 관련한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차후 북남관계의 방향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우리 정부가 유감 표명과 함께 회담에 조속히 호응할 것을 촉구하는 대북 통지문을 보낸 것과 관련, “회담 무산의 원인인 침략전쟁 연습의 타당성 여부를 논하기 위해서라도 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남조선 당국의 괴이쩍은 논리는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화해의 흐름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제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나 북침전쟁연습을 합리화하고 역겨운 비방 중상을 지속시켜보려는 철면피와 파렴치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4·27 남북 정상회담 직후까지만 해도 북한이 과거와 달리 주한미군 주둔 문제와 한미연합훈련 등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15일 ‘남북고위급 회담 16일 개최’를 먼저 남측에 제안한 후 갑자기 이미 시작된 지 5일이나 경과한 맥스선더를 문제 삼았다. 이 때문에 중국과 모종의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근 잇따라 열린 북중 정상회담 등 양국관계 개선이 북한이 고자세를 취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북한과 중국의 관계 개선 행보는 이날도 계속됐다. 조선중앙통신은 “박태성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친선참관단이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동지와 만났다”고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은 (북중) 두 나라 사이에 피로써 맺어진 전통적인 친선을 새 시대의 요구에 맞게 더욱 높은 단계로 추동하는 사업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영현·이태규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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