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비핵화 원칙으로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견지할 것을 미국 정부와 의회에 사실상 공개 요청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17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회담”이라면서 미국 측에 전달할 ‘한국당의 7가지 요청사항’을 발표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지난 15일 당 북핵폐기추진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쳐 이를 결정했고 영문본 서한으로 제작해 미 백악관과 중앙정보국(CIA), 국무부, 의회에 전달할 방침이다.
비핵화 문제에 관해서는 PVID 외에 비핵화 완료 후 보상, 비핵화 완결 후 체제보장,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 용어 사용을 적시했다. 또 주한미군 감축· 철수 거론 불가, 북한의 국제적 범죄 행위 중단 요청, 북한 인권문제 제기·경제적 개혁 개방 요구도 담았다.
홍 대표는 “북미정상회담이 북핵폐기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는데 현재 우리를 둘러싼 여러 상황을 보면 기대가 큰 만큼 우려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면서 “북한의 미래 핵 개발 능력과 과거 핵을 제거할 뿐 아니라 핵기술 자료를 폐기하고 핵 기술자들을 다른 업무에 종사하게 해 영구히 핵 개발 능력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북한의 비핵화 이후에도 한미동맹은 지속해서 강화 발전돼야 하며, 그런 차원에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문제가 미북회담의 협상 의제로 오르는 것은 결연히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한반도는 20세기 초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일제 강점기를 맞았고 2차대전 종전 직전 얄타회담, 포츠담 회담으로 분단이 됐으며, 미국이 애치슨 라인을 발표한 지 얼마 안 돼 6·25 남침을 받았다”면서 “미북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대한민국과 미국이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 입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이 오히려 우리에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며 “한국당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것도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홍 대표는 회견에 앞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과 조찬 회동을 했다고 소개하며 “페리 전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이나 한국에 너무 많은 기대를 줘서 그 기대에 부응하는 회담이 되기는 참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페리 전 장관에 이어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홍 대표가 공개서한을 보내겠다고 한 것은 제1야당 대표로서 매우 신중하지 못한 태도”라며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국익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돌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박신영인턴기자 wtig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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