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리라화가 또다시 역대 최저치로 추락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통화정책 개입 의지에 신용평가업계는 우려를 표시했다.
신용평가업체 피치는 22일(현지시간)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흔드는 노골적인 위협은 정책 결정 여건과 정책 효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최근 인터뷰에서 통화정책에 개입 확대 방침을 시사하고서 일주일 만에 이런 성명을 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달 15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통화정책에서 영향을 발휘한다는 인상을 국민에 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국민은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피치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이 터키 대선·총선 이후 통화정책을 비롯한 전체적인 경제정책의 예측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피치의 경고 후 터키리라화 환율은 1미달러당 4.63리라까지 치솟으며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리라화 가치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금리나 통화정책 관련 발언을 할 때마다 추락을 거듭, 지난 한달 새 달러 대비 14.9%나 절하됐다.
전문가들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리라화 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중동경제 전문가 지아드 다우드는 “투자자들은 정부가 통화정책에 개입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흔드는 것을 염려한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스스로 말한 대로 정말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삭소뱅크 덴마크 헬레루프 지점의 외환 전문가 존 하디는 블룸버그통신에 “리라화 약세는 최소한 선거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 같다”고 예측하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비생산적인 시도를 한다면 그 후에도 악순환이 벌어지고, 시장이 리라를 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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