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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톡] ‘버닝’ 유아인, 세상을 바라보다 ‘오만하지 않게’

유아인 “이창동 감독, 제 안의 에너지를 돌게 하시는 분”

배우 유아인이 사랑하는 여자를 둘러싼 미스터리, 그리고 삶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고자 하는 순수하고도 예민한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이창동 감독의 8년 만의 성공적인 복귀작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

/사진=지수진 기자




유아인은 “이창동 감독이 이런 영화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고, 또 젊은이들을 이렇게 바라봐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24일 진행된 ‘버닝 ’스페셜 GV’ 현장에서이다.

지난 5월 24일 저녁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이지혜 영화 기자의 진행 아래 이창동 감독, 유아인, 전종서가 참여하는 스페셜 GV가 진행 됐다.

‘버닝’에서 유아인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 생으로 일하며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는 20대 청년 ‘종수’로 출연한다. 외적으로 보여지기 보다는 내면에서 분노가 느껴지는 인물이다.

유아인은 “감독님의 팬으로서 촬영 내내 임했고, 권위가 아니라 이 영화 세상의 신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 배우의 때가 벗겨지는 느낌이었다.”고 작업 소간을 밝힌 바 있다.

그는 기성세대들이 청춘을 다루는 방법에 불만을 표출해왔다. 손 쉬운 위로나 무책임한 힐링으로 이야기가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닝’은 다르다. 유아인은 “‘버닝’은 우리가 우리를 보고,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존재하는지 보고 있는 작품이다. (누군가 이에 대해)느낌을 갖든 아니든, 이런 어른이 세상에 존재하고 계시는 것만으로 좋았다.”고 이창동 감독의 시선에 공감을 보냈다.

‘버닝’의 매력 포인트는 ‘내가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식’의 단정적인 어른의 잣대가 없다는 점. 유아인은 “흔히 꼰대들이 하는 단정이라고 할까. 그게 없어서 좋았다. ‘버닝’은 거기에서 벗어난 상태로 청춘을 그리고 있다. 젊은이에게 다가가는 자세가 느껴졌다. 그 자체가 훨씬 더 책임감 있게 다가왔고, 꼭 말씀 드리고 싶었다.”고 작품의 차별점에 대해 설명했다.

유아인에 따르면, 이창동 감독은 굉장히 진중하게, 또 오만하지 않게 세상을 바라보는 감독이다. 그렇기에 그는 “진중하게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의지와 정성이 느껴지고, 조심스러움이 느껴져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고 소견을 전했다.

이창동 감독


배우 스티븐 연, 전종서, 유아인, 이창동 감독 /사진=조은정 기자


유아인의 거침 없는 입담은 계속 됐다. “겉보기엔 2배의 나이차가 날 수 있지만, 이 정도로 공감하면서 일하고 있다. ”고 특유의 웃음을 터트렸다. 이에 이창동 감독이 “그만해라. 이제” 라고 장난스럽게 말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20대의 유아인이 ‘버닝’을 봤다면 어떤 기분일까. “일단 가능한 일이 아니죠.”라고 너스레를 떤 30대 유아인은 “ 20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입장에서, 또 여전히 나는 뜨겁다고 주장하는 입장에서, 말씀드린다면 이보다 더 반가운 영화가 있을까 싶다”고 말문을 이어갔다.



“30대가 됐다고 해서 갑자기 젊음이 기우는 건 아니다. 자의든 타의든 청춘 배우로 살아가는 것에 어떤 불만, 결핍도 있었다. 또 그 이상의 감사함도 있다. ‘버닝’을 통해 청춘을 바라보는..그들을 그려내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마음이 생기고 갈망들이 생긴다”

유아인은 SNS에 “내 사랑 이창동 감독님”이라고 올리며, 공개적으로 이 감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지난 칸 영화제 간담회에서 “감독님의 팬으로서 촬영 내내 임했고, 권위가 아니라 이 영화 세상의 신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 배우의 때가 벗겨지는 느낌이었다.”고 속내를 전했다.

유아인에게 이창동 감독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다. 그러면서 “‘사랑으로 버닝한다’ 그런 마음으로 갔어요.“라며 본인만의 표현법을 마음껏 표출했다.

“사랑이 일종의 환상인데요. 이것은 사랑이다. 하하하. 실제로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감독님이 제 안의 에너지를 돌게 하시는 분인 건 확실해요. 그게 사랑이죠. 이름 붙이기 나름인데, 분노일 수도 있고, 마지막까지 촬영에 임할 수 있게 한 가장 큰 마음을 갖게 해준 분입니다. 제가 뭘 알겠어요? 누가 위대하다 아니다 말 할 수 없잖아요.”

유아인의 에너제틱한 사랑 고백에, 이창동 감독은 “사랑이라는 감정은 빛과 그림자처럼 그냥 좋기만 하는 건 아니다”고 철학적인 멘트로 화답했다.

“아인씨가 이야기하기 나름이라고 했는데, 생각하기 나름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빛과 그림자처럼 온다. 빛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다.그냥 좋기만 해선 사랑이 아니다. 배우와 감독 관계 도 그렇다. 그냥 좋기만 해선 안 되지 않을까. 총체적으로 함께 느끼고, 뭔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밀고 당기는 관계다. 이렇게 빛과 어둠이 계속 교차되면서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닐까싶다. 그렇게 영화가 탄생해가는 과정과 같다.”

한편, 칸 국제영화제를 통해 전 세계 영화 팬들과 만난 영화 ‘버닝’은 지난 17일 국내 개봉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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