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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시 열린 대화의 문, 관건은 北비핵화 로드맵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한반도 정세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파탄 일보 직전까지 갔던 북미와 남북 관계는 드라마 같은 반전을 통해 다시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을 통해 꺼져가던 남북대화의 불씨를 살려냈다. 이번 회담을 통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4·27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후속조치를 조속히 취해나가기로 했다. 북미 간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한때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표까지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12회담이 바뀌지 않았다”며 재추진을 공식화했다.

남북미 정상이 우여곡절 끝에 대화의 장에 앉게 됐지만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다. 북한 비핵화라는 어려운 담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게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한반도 정세는 언제든지 원점으로 되돌아갈 위험성을 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선언 이후 오갔던 북미 간 ‘말의 전쟁’의 바탕에도 비핵화 과정에 대한 견해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즉각적인 핵 폐기를,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접근법’이라는 점진적 조치를 주장한다. 약간의 진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리적으로 단계적 접근법이 조금 필요한지도 모른다”며 처음으로 ‘단계적’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신속한 일괄타결을 강조했다. 이는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하겠지만 그동안 북한이 사용해온 ‘동결-불능화-폐기’라는 긴 단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결국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6·12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는 북한이 핵 폐기 단계를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느냐에 달린 셈이다.

문 대통령은 5·26 남북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통한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희망을 피력했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없이는 남북관계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국제사회에서 안심할 정도로 북핵 폐기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비핵화를 이룰 경우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경제적 번영까지 돕겠다”고 분명히 약속한 만큼 우리 정부는 북한이 완전한 핵 폐기를 하도록 설득해나가야 한다. 그것만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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