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정치를 더 걱정하는 상황입니다.”
국회 개원 70주년 기념식이 열린 29일 국회의사당 중앙홀. 이날로 임기를 마친 정세균 국회의장은 기념사를 통해 “70년의 역사를 기리는 기쁘고 벅찬 순간이지만 마음 한편이 여전히 무겁다”며 “아직도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기보다는 국민이 정치를 더 걱정하는 상황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여야 5당 지도부가 모두 참석한 자리에서다. 정 의장의 말처럼 20대 국회가 ‘70돌’인 올해 보여준 면면은 국민의 공분만 불러일으켰다. ‘일하는 국회’를 외쳤지만 이 다짐은 매번 허언이 되기 일쑤였다. 2월 임시국회부터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 및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남을 두고 파행이 빚어졌다. 이후에도 개헌, 방송법, 드루킹 특검 등을 둘러싼 힘겨루기로 국회는 공전을 거듭했다. 여야의 신경전 속에 민생법안 처리는 번번이 밀렸고 국회 종료 직전에야 ‘벼락치기’로 통과되는 촌극이 반복됐다. 특히 헌법마저 정쟁화하며 31년 만의 개헌 기회를 걷어찼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정부 개헌안은 결국 의결 시한인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야당의 불참 속에 ‘의결정족수 미달에 따른 투표 불성립’으로 끝났다. 국회가 ‘파행·벼락치기·방탄’이라는 수식어를 자초하면서 국민의 정치불신은 더욱 심화됐다.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11일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회 파행과 관련해 ‘무노동 무원칙을 적용해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응답이 81.3%로 나타났다. 후반기 국회 기상도도 그리 밝지는 않다. 남북 정상회담 지지 결의안 채택과 원 구성을 둘러싸고 벌써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각 당 지도부는 축사에서 자성을 촉구했다. “국민은 삶의 문제를 입법부에 기대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이미 접었다.” “시대는 특권·기득권을 없애자고 하는데 국회는 그것을 수용조차 못 하고 있다.” ‘말뿐인 국회가 아니다’라는 것을 증명할 시간이 이제 2년 남았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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