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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석칼럼] 통화신용정책의 목표와 금리

장기금리 이미 지속적으로 상승

동시에 물가·금융안정 어렵지만

재정정책으로 경기 지지할수 있어

조만간 점진적인 금리 인상 필요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응용경제학회 회장





지난 5월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 1.5% 수준에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반면 미국은 3월에 이어 오는 6월에도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향후 금리정책 방향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은행법 제1조를 보면 통화신용정책의 목표는 첫째, 물가안정이며 둘째, 금융안정이라고 나와 있다. 최근에는 실물경기에 대한 고려가 더 많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고용안정까지 통화신용정책 목표에 명시적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다양한 목표들을 고려할 때 과연 금리정책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 것인가.

먼저 한국은행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할 수 있는 물가안정의 측면에서 보자면 금리 인상을 좀 더 미루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일단 한국은행의 전망에 의하면 올해 물가상승률은 목표치 2%에 미치지 못할 것이며 내년에도 아마 2%를 크게 초과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은행이 표방하는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에서는 실물경기의 안정을 위해 인플레이션율이 목표치에서 다소 벗어나는 것이 허용된다. 최근 우리나라의 실물경기를 보면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상당히 높았지만 경기선행지수가 100 이하로 하락하고 고용지표가 악화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선행지수의 예측력이 그다지 높은 것은 아니지만 여러 국내외 변수들을 고려할 때 올해 성장률이 3% 전망치를 하회할 위험은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이나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공급충격은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에 가깝게 만들 것이지만 동시에 실물경기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올리지 않는 선택이 이뤄질 수 있다. 즉 한국은행의 목표에 고용안정이 명시적으로 포함되느냐 여부와 무관하게 현재의 물가안정목표제하에서도 이미 실물경기 상황이 고려되고 있으므로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실물경기가 전망치보다 낮게 나타나는 경우에는 저금리를 좀 더 유지하는 선택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금리 인상이 빨리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물론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한미 양국의 금리가 현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당장 급격한 외자유출이나 대규모 가계부채 부실과 같은 금융시장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외채구조나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등 대외건전성 지표들이 양호하며 가계부채에 대한 다양한 스트레스 테스트들에 의하면 적어도 아직은 가계부실 위험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저금리가 오래 지속될수록 가계부채는 더욱 증가할 것이며 그에 따라 가계부실 위험도 높아질 것이다. 더욱이 다수의 국내외 연구들에 의하면 저금리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는 중장기적으로 GDP 성장률을 유의하게 낮추는 작용도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호주에 높은 가계부채 때문에 실물경기가 위축되고 금융불안이 야기되는 ‘부채 후유증(debt hangover)’이 발생할 위험을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거시건전성 규제를 도입했으나 결과적으로 가계부채의 높은 증가세를 막지 못했다. 또한 기본적으로 LTV·DTI와 같은 수량규제에는 자의성과 비효율성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장기적 차원에서 금융안정을 확보하고 실물경기에 대한 가계부채의 부정적 파급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는 조만간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재개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모두 고려할 때 금리는 어떻게 돼야 하는가. 두 개의 목표를 하나의 수단으로 모두 달성하기는 어렵지만 다행히 거시경제 관리의 수단으로는 통화정책만이 아니라 재정정책도 존재한다.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재정정책으로써 물가와 실물경기를 지지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으로는 재정정책과 조율을 통해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이후 계속 동결됐지만 장기금리는 이미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장기금리는 기준금리 외에 미래에 대한 예상이나 국가 간 자본이동에 따른 동조화의 영향도 받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장기)금리 인상은 이미 시작됐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특히 장기대출 비중이 높은 가계부채에 유의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기준금리의 인상이 얼마나 더 이뤄져야 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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