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의 경고에 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증거조사기일 중 재판에 선별 출석하겠다는 뜻을 바꿔 재판에 나오기로 했다.
30일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재판부의 의사가 피고인 출석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라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출석하겠다”며 이 전 대통령 의사를 전했다.
강 변호사는 “대통령께서는 몸이 불편해 법정에 오래 앉아있기 곤란하고, 그것을 이유로 재판을 연기해달라는 것도 시비 소지가 있으니 불출석 상태로 재판해달라고 했던 건데 진의와는 달리 논란이 빚어졌다”고 입장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다만 현재 상태로는 내일 재판 출석이 힘들기 때문에 재판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기일을 다음달 4일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일단 법정에 출석한 후 재판이 길어져서 힘들면 중간중간 재판부에 퇴정을 요청해 허가받기로 했다.
두번째 공판이 예정돼있던 지난 28일 이 전 대통령이 재판에 불출석하자 재판부는 “형사 절차에서 피고인이 선별적으로 재판에 나올 수 있다는 인식은 어떻게 보면 법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모든 재판에 출석할 것을 명했다. 또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상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당일 바로 강 변호사로부터 재판부의 뜻을 전해 들은 이 전 대통령은 “건강 상태를 이해 못 하는 것 아니냐”며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으나 이틀만에 뜻을 접었다. 재판부의 ‘심기’를 거스르면서까지 불출석하는 것이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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