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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쌈짓돈' 정부기금에 메스 댄다

당청, 일자리 등 재원마련 위해

비효율적 기금 통폐합 예고

정부와 청와대가 ‘기금통폐합’에 불을 지폈다.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기금체계를 수술함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복지 확충, 혁신투자 확대를 위한 국가적 재원을 마련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31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과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 마지막 순서인 ‘재정혁신 방향과 추진 과제’ 토론 세션에서 정부 기금개선 및 고용보험기금 확충 등의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특히 ‘기금 융합조정’ 방안이 주된 초점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쉽게 말해 운용평가가 좋지 못하거나 여윳돈은 쌓이는 데 비해 사용의 시의성이 떨어지는 기금들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 합치거나 폐지하는 내용이다.

예컨대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하는 농지기금의 경우 자금 수요에 비해 여윳돈이 남아 도는 반면 농업특별회계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재원이 부족한데 이를 합치거나 조정해 농업구조 개선에 활용하는 방안 등이 제안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현 정부 들어 수요가 늘고 있는 고용노동 및 복지 분야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성격이 유사한 분야의 기금을 수술해 여윳돈을 활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방안은 나랏빚 증가를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정부 재정 내 여윳돈을 찾아 최우선 국정과제에 재원을 배분할 수 있는 혜안으로 평가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회의에서 “기금의 목적대로 정확하게 쓰임에 맞게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여유가 있는 기금과 여유가 없는 기금이 있다”며 “관련법령 개정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다짐했다.

기금체계 개혁 이행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우선 기금을 ‘쌈짓돈’이나 ‘밥그릇’으로 여겨온 소관 부처나 기관들이 해당 재원의 통폐합에 극렬히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기금 수술을 하려면 근거 법 등 개정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이익집단의 로비를 받은 일부 의원들이 입법에 반대하고 나설 경우 개혁이 불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따라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개혁 집행에 힘을 실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가 운용 중인 기금은 67개로 총규모는 거의 150조원에 육박한다. 이중 ‘2018년 기금평가’에서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지적받은 것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 등 3개 기금이다. 아울러 제도개선 등을 조건으로 ‘조건부 존치’ 평가를 받은 기금은 과학기술진흥기금·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이다. 국유재산관리기금, 근로복지진흥기금 등 4개의 기금은 과다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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