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2~3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어요.”
과도한 업무강도와 열악한 방송제작 환경의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 2016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한빛 프로듀서(PD)의 유서 내용이다.
비정규직·프리랜서 비율이 높은 미디어노동자들이 휴식과 간단한 작업을 하고 노동법 관련 상담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문을 열었다.
서울시는 방송사 등 100여개 미디어 기업이 밀집한 마포구 상암동에 미디어노동자들을 위한 ‘휴(休) 서울미디어노동자쉼터’(상암쉼터)를 31일 개소했다고 밝혔다.
디지털미디어시티(DMC)산학협력연구센터 604호에 들어선 상암쉼터는 서울시 노동자 쉼터 4호이자 전국 최초의 미디어노동자 전용 공간이다.
총 250㎡(75평) 규모의 쉼터는 노트북을 들고 와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작업 공간(카페테리아)과 회의실이 있어 업무와 휴식공간을 동시에 지원한다. 또 방송작가 등 여성 노동자 비율이 높고 밤샘작업이 많은 업무여건을 고려해 여성전용휴게실을 2개 조성하고 침대 2개와 빈백(콩주머니처럼 생긴 푹신한 의자) 7개를 배치했다.
노동권익상담실도 있어 부당한 노동행위나 처우에도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비정규직 미디어노동자들이 상담 및 법적구제 지원받을 수 있다. 이 쉼터에서는 정기적으로 노동법 교육을 하고 미디어노동자들의 자조모임 활동을 위해 회의실, 카페테리아 등 공간도 무료로 대여해준다.
평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서울시는 이용실태 분석과 설문조사 등을 통해 운영시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디어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겪은 피해사례를 고발할 수 있는 창구인 ‘미디어신문고’를 마련해 피해사례를 수집할 것”이라며 “또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발굴·추진하고 미디어노동자 권익개선을 위한 캠페인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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