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은 지난 4월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 발표 이후 대형 컨테이너선 20척에 대한 조선사들의 제안을 받아 협상을 진행한 결과 건조의향서 체결을 위한 조선사 선정을 확정 통보했다고 4일 밝혔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이 2만3,000TEU급 12척 중 7척을 따냈으며 삼성중공업(010140)이 5척을 수주했다. 2만3,000TEU급은 오는 2020년 2·4분기까지 현대상선에 인도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009540)은 1만4,000TEU급 8척을 수주해 2021년 2·4분기까지 인도하기로 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각 조선사가 제안한 납기와 선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직 건조 선가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조선 3사가 수주한 컨테이너선은 국내에서 수주한 것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 2011년 현대상선으로부터 1만3,000TEU 급 컨테이너선 5척을 약 7,000억원에 수주한 바 있다. 이번에는 선박 규모나 금액 모두 당시 기록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2006년 한진해운으로부터 1만TEU급 5척을 수주한 게 역대 최대다. 삼성중공업 역시 규모나 금액 모두 당시 기록을 넘어선다. 현대중공업은 2008년 한진해운으로부터 1만3,000TEU급 9척을 수주한 게 마지막이다.
이번 대형 수주는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사들에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는 지난 2년간의 수주 절벽을 딛고 올해는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실제 1·4분기만 하더라도 조선 3사 모두 수주가 이어졌다. 하지만 4월 이후로는 수주 소식이 뜸해졌으며 최근에는 조선사들이 다시 한 번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노사 갈등이 심각한 상태다.
이번에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이 모두 일감을 따내면서 ‘셀프 수주’ 논란도 사그라들었다. 애초 조선업계에서는 KDB산업은행이 대주주인 현대상선이 발주한 선박을 역시 산은이 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이 싹쓸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대형 조선 3사가 나란히 수주에 성공하면서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한편 현대상선은 이번 대형 컨테이너선 20척 발주를 시작으로 글로벌 해운 경쟁력 재건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현대상선은 2022년까지 선복량을 지금(39만TEU)보다 두 배 이상인 100만TEU로 늘릴 계획이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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