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에 원유를 일 100만배럴 증산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며 원유 증산을 요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감산 여부를 결정할 OPEC 정례회의를 앞두고 증산 압력을 넣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국제유가가 3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던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가 OPEC 회원국에 일 100만배럴 증산을 비밀리에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의원들이 OPEC의 감산 결정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비판하는 일은 다수 있었지만 미국 행정부가 증산 수치까지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4월은 시리아 내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 탈퇴, 이스라엘 대사관 이전 가능성으로 중동 불안이 초래되며 국제유가가 연고점을 연일 경신하던 시기였다. 당시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회의를 열어 일 180만배럴 규모의 감산을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기간 연장을 약속하자 유가가 더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20일 “OPEC이 또 그짓(담합)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바다 위에 꽉 채워진 배를 포함해 곳곳에 원유가 기록적으로 많은데 유가가 인위적으로 매우 높다”고 밝히며 “유가시장까지 구두개입하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통신은 실제로 3일 열린 OPEC 비공식 회의에서 미국 정부의 증산 요구를 일부 수용한 듯한 성명이 나왔다고 전했다. 해당국 장관들은 성명에서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하고 일부 국가에서의 (생산) 감축을 상쇄하기 위해 시기적절한 방식으로 안정적인 원유공급을 보장하기로 약속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증산 요구가 오는 2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 정례회의를 염두에 둔 압박일 수도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이날 미국의 증산 요구 소식이 전해지면서 영국 런던거래소에서 브렌트유 가격은 한때 전일 대비 2% 내린 배럴당 73.81달러에 거래됐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에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 역시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은 개별 업체들이 셰일가스를 생산하는 만큼 국가가 통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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