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경제 구조개혁을 미루면 엄중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리 인상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며 시기에 대한 뚜렷한 신호를 주지 않았다.
이주열 총재는 12일 한국은행 창립 68주년 기념식에서 이런 내용의 기념사를 발표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성장·고용·소득·소비의 선순환을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들을 안고 있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고용 부진에 일조하고 있고 특정 부문에 크게 의존하는 성장은 외부 충격에 대한 경제의 복원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외 경제가 성장세를 보일 때 구조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반발 등이 일어날 수 있지만 이 때문에 개혁을 미뤄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미룬다면 중장기적으로 훨씬 더 엄중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주열 총재는 평소에 규제 완화, 노동시장 효율성 제고, 기업 구조조정 등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하반기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완화 기조를 유지해나갈 필요가 있다”면서도 “금융 불균형이 커질 수 있는 점, 경기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정책 운용 여력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금리가 낮으면 금융위기와 같은 비상 시에 금리 인하 정책을 펼 수 없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한은은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당초 7월 금리 인상이 유력했으나 최근 경기 개선세 둔화 우려가 나오고 통화 당국도 ‘신중 검토’에 무게를 둔 메시지를 보내면서 인상 시점이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일부 신흥국의 경제 위기를 언급하며 금융 안정에 각별히 유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경제 여건이 취약한 신흥국의 불안이 한국에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다른 리스크들이 함께 커지면 파급 효과 향방을 정확히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또 올 하반기에 내년 이후 적용할 물가안정목표를 재설정하고 북한 경제 관련 연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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