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서울에서 가장 보수색이 짙었던 ‘강남 3구’에서도 서초를 제외한 강남·송파구에서 진보 구청장 시대를 맞이하면서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조합과 시·구청과의 갈등만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박 시장이 전날 실시된 전국지방선거에서 52.8%의 지지를 얻어 3선 고지에 안착함에 따라 부동산시장의 핵심 이슈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한강변 35층 높이 규제’는 지속성을 띠게 됐다. 이를 통해 서울시는 현 정부 기조에 맞춰 재건축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집값 급등을 막고 강북 구도심 개발로 균형을 맞추는 방식의 서울 개발을 진행하게 된다. 박 시장이 처음 당선된 2011년 10월 이후 이번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거의 11년간 부동산 정책 기조가 이어지는 셈이다.
또 전문가들은 서울시장과 더불어 더불어민주당이 서초구를 제외한 서울 기초단체장을 독식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 하방 압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박원순 시장의 정책은) 강남과 강북간 균형 개발이 핵심인데 중앙정부와 함께 할 수 있는 동력이 더욱 강해진 상황에서 서울시는 강남쪽은 개발을 계속 누르려고 할 것”이라며 “예산같은 경우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강남에 많이 썼다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강남에 투자를 안 하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보수 진영 구청장들이 꽉 잡고 있던 강남 4구에서 서초구청장을 제외하고선 여당 후보들이 줄줄이 당선되면서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이 더욱 가속성을 띌 것이라는 관측이다. 강남 일대는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어 그 동안 재건축 속도를 조절하고자 하는 서울시와 사업을 강행하려는 구청장 간 의견충돌이 불가피해 왔지만 이번에는 다르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각 지역 당선인들이 지역 주민의 표심을 잡기 위한 재건축·재개발 공약을 걸었던 만큼 갈등 소지는 있겠지만 결국에는 서울시와 반대 목소리를 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압구정 현대,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 정상화를 내걸었던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당선 직후 “서울시와 싸우지 않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잠실운동장 국제교류복합지구를 내세웠지만 이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강남권역 국제교류복합지구(MICE)개발과 연계된 부분이다. 또 이정훈 강동구청장이 내세운 지하철 9호선 4단계 사업 조기착공은 이미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만큼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조은희 서초구청장 당선인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 재건축 활성화를 아예 전면으로 내걸었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심 교수는 “서초구가 서울시와 갈등은 빗겠지만 서울시가 가만히 있겠냐”면서 “서울시의 큰 방향성대로 딸려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도 “큰 틀에서 서초구만 단독적으로 튈 수 있는 부분이 없을 것”이라며 “일부 행정력의 범위 내에서 실질적으로 자치구가 (정책을) 하긴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법을 어겨가면서 하기는 어려운 한계가 분명 있다”고 말했다.
결국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더욱 공고해 짐으로써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 주민들과의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 한복판에 진보 구청장이 들어오면서 아직 재건축 사업의 첫 삽도 제대로 못뜬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나 설계·인허가 등에 있어서 정부는 물론 시, 구청과도 싸워야 할 것”이라며 “사업이 꽤 지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서 강남구 아파트 거래량이 작년의 9분의 1수준까지 급감하는 등 거래절벽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서울시 차원에서도 재건축 규제의 완급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재건축 수익성에 대한 부분이 악화가 되면 자연스레 시장이 좋았을 때의 재건축 관련 갈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생각보다 구청, 서울시간 갈등이 심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주원·이재명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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