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잠룡도 희비 갈린 여야

박원순·김경수·이재명 등

與 차기 대권주자 두터워져

野, 안철수·남경필 낙선에 침울

재선 성공 원희룡만 희망으로

6·13지방선거 승리를 거머쥔 더불어민주당은 차기 대권주자군 역시 두터워졌다. 반면 범야권은 기존 유력 정치인들의 정치생명까지도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다.

우선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한 박원순 당선자와 경남 지역 최초로 민주당 깃발을 세운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자가 대선 열차에 안착했다. ‘욕설 파문’과 ‘여배우 스캔들’에 시달리면서도 당선자에 이름을 올린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자도 건재함을 과시하며 대선후보 입지를 굳혔다. 이에 반해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3위까지 밀렸고 같은 당 유승민 공동대표는 선거 패배 책임으로 대표직을 자진 사퇴하며 대선 가도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잠재적 대선후보로 꼽히던 남경필 한국당 경기지사 후보마저 낙선하면서 범야권 주자로는 제주지사 재선에 성공한 원희룡 당선자가 유일하게 주목 받고 있다.

재선 시장이면서도 민주당과의 거리감이 존재했던 박원순 당선자는 이번 선거에서 당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당내 입지를 공고히 했다. 당내 지지 기반을 만들었다는 면에서 차기 대권가도에 탄탄한 기초를 닦았다는 평가다. 박 당선자는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취약한 당내 기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박 당선자 역시 투표 하루 전 기자회견에서 “지난번 두 번의 선거는 혼자 뛴 선거였지만 이번에는 오직 당과 서울 지역 후보를 위해서 뛰었다”며 “이제 누구도 당과 거리가 있다고 이야기 안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물론 대선에 직행할 경우 서울시장을 징검다리로 삼았다는 비난을 극복해야 한다.



김경수 당선자는 ‘노무현·문재인’의 계보를 잇는 적자라는 이미지와 함께 경남 지역 최초의 민주당 당선자라는 타이틀까지 획득하며 일약 대선주자로 뛰어올랐다. 특히 김 당선자는 오는 2020년 총선에서 부산·경남·울산 지역 승리의 교두보 마련을 위해 당이 차출한 인물이란 점에서 이 지역 총선 승리가 현실화될 경우 강력한 유력주자 반열에 오르게 된다. 문제는 ‘드루킹 특검’이다. 댓글조작에 연루된 게 사실로 밝혀질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재명 당선자는 경쟁후보들의 네거티브 공방에도 비교적 큰 격차로 당선돼 저력을 확인했지만 선거 과정에 제기된 의혹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대선주자가 풍성해진 여당과 달리 범야권의 유일한 희망은 원희룡 당선자다.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제주지사에 당선된 원 당선자는 인물론을 바탕으로 지사직 수성에 성공하면서 향후 대권을 향한 보폭을 더욱 넓힐 수 있게 됐다. 다만 바른미래당 탈당 이후 한국당 입당 여부에 지나치게 유불리를 따졌고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입당설까지 제기돼 범야권을 위해 헌신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송종호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