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27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USB에는 인천과 개성·해주를 제2의 홍콩·선전·광저우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고 송영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이 15일 밝혔다.
송 위원장은 이날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천 송도를 제2의 홍콩, 개성을 선전, 해주를 광저우로 각각 발전시켜 3각 벨트를 만들어보자는 구상이 USB에 담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후 나온 10·4공동선언과 관련이 있고 문재인 대통령의 2012년, 2017년 대선 구상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10·4선언에는 ‘해주 지역과 주변 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경제특구 건설 등을 적극 추진한다’고 돼 있는데 이를 확대하고 구체화한 셈이다. 홍콩·선전·광저우는 주장강 하구에 있는 곳으로 마카오까지 더한 ‘주장 삼각주’ 지역은 중국의 개혁개방에 마중물 역할을 한 곳으로 평가된다. 인천-개성-해주도 비슷하게 발전시켜 북한 개혁개방을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송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동해권 철도 복원을 위해 강릉과 재진까지의 110㎞ 구간 철도 건설을 우선 추진할 뜻도 밝혔다. 그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긴 어렵겠지만 국가재정법에 예외 조항이 있다”며 “지금 추진해도 설계와 시공 등을 고려하면 (완공에) 4년 이상 걸린다. 대통령에게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업비는 약 2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국가재정법 38조 2항을 보면 ‘남북교류협력에 관계되는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제외한다’고 돼 있는데 이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송 위원장은 북한 내 아시아투자개발은행(AIIB)의 투자도 절차상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진리췬 AIIB 총재를 만났는데 AIIB의 지원은 회원국이 돼야 하고 회원이 되려면 일단 국제통화기금(IMF) 회원부터 돼야 한다고 했지만 모든 회원국이 동의하면 회원국이 아닌 나라에도 AIIB가 인프라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북미 공동합의문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중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VI)’이 빠진 데 대해 송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배려한 느낌이 있다”고 해석했다. 핵보유국임을 내부에 대대적으로 홍보해온 북한이 갑자기 핵을 포기한다고 선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므로 북한 입장을 헤아렸다는 추론이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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