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개미처럼 ‘의식의 흐름대로’ 일하다 보니 어느덧 금요일. 탈탈 털린 멘탈과 방전된 체력은 주말에도 나를 침대로 이끈다. 힘들 때도 웃어야 한다. 내 몸과 마음의 에너지 충전이 필요하다. 싱글라이프의 첫 번째 조건은 건강하고 윤택한 삶을 즐기는 것. 아프다고 쓴 약을 털어 넣고 이불을 뒤집어쓰는 것은 미련한 짓일 뿐이다. 나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지갑을 열 수 있다.
단순 쾌락 위한 과소비 벗어나
전문적인 서비스로 치유·힐링
온전한 신체·정신적 행복 추구
한창 ‘욜로’가 유행할 때는 나를 위한 소비만으로도 부족했다. 값비싼 ‘스파’나 ‘테라피’ 시술 등에 돈을 쓰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른바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양심의 가책은 있지만 순간의 쾌락을 가져다주는 것)’가 유행을 탔다.
소비만으로 부족했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며 삶의 질을 높이려는 싱글족들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우선순위가 되면서 단순히 마사지나 피부관리에 만족하지 않는다. 온전히 내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으며 일상생활에서의 긴장을 내려놓는 ‘이완(弛緩)’을 찾는다. 요즘은 느림의 수요를 자극하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서비스가 대세다. 특히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숙박과 힐링을 겸한 상품을 혼자서 여유롭게 즐기는 분위기다. 라마다서울호텔은 스파와 숙박을 결합한 ‘욜로 인 라마다’를 진행하다가 최근에는 바디케어와 숙박을 결합한 ‘디에고 스파 패키지’를 선보였고 유럽 스파 브랜드 ‘조지앙로르’는 제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휴식을 더한 특별한 서비스를 내놨다.
지난 9일 서울 광진구 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진행된 ‘글로벌 웰니스데이’에도 이런 욕구를 지닌 싱글족이 적지 않았다. 주된 고객층은 여전히 40대 이상으로 60%를 차지했지만 2030세대도 40%나 될 만큼 나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았다. 찾아보기 힘들었던 솔로의 비중도 어느새 두 자릿수가 됐다.
호텔마다 ‘웰니스’ 프로그램 각광
“자신감 생기고 일상 생활에 활력”
2030세대·솔로 비중 갈수록 늘어
체온과 비슷한 37도의 풀장에 들어가자 트레이너가 물에 뜬 채 편안하게 호흡하라고 강조했다. 긴장을 풀기 쉽지 않았지만 어느새 엄마의 자궁 속처럼 편안함을 느끼며 몸이 축 늘어지기 시작했다. 트레이너는 몸을 이리저리 돌리고 움직이면서 굳어 있는 근육들이 어딘지를 짚어냈다. 따뜻한 물속에서 이완된 근육들이 부드럽게 움직이자 마치 마사지를 받는 것처럼 눈이 감겼다. 트레이너는 “물에서 이완하는 것만으로도 운동 이상의 효과가 있어 웨이트트레이닝과 비교해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워커힐에서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애스톤하우스로 이동했다. 유명 연예인의 결혼으로 유명해진 이곳에서 사운드 테라피로 불리는 ‘싱잉 볼’ 명상을 체험했다. 요가 매트가 원형으로 깔린 중심에는 놋쇠 그릇들이 놓여 있고 이 티베트 전통 명상도구를 부드러운 스틱으로 문지르거나 두들기자 울림이 깊은 소리가 났다. 힐러(치료사)로 참여한 이주현씨는 “잠을 잤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소리의 울림을 통해 매우 깊은 명상 상태의 뇌파가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뇌도 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싱잉 볼은 최근 우울증 환자를 치유하는 사운드 테라피로도 인기가 많다.
이날 특별한 행사를 선보인 워커힐에는 체중관리, 자세 및 통증관리, 뷰티관리 등의 프로그램을 하루 또는 1박2일이나 2박3일에 걸쳐 숙박하며 즐기는 여러 웰니스 프로그램 패키지가 있다. 적게는 30만원대부터 많게는 15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지만 매달 정기적으로 찾는 싱글족도 생겨나고 있다. 외형적인 것만 가꾸던 시절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며 나를 치유하는 과정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한 참가자는 “처음에는 아프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몸을 관리하기 시작했는데 이제 나를 위한 이벤트가 됐다”며 “자신감도 생기고 일상에 활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혜진·정가람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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