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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기고] 한국 축구, 이제 제도적 도약 기할 때

권영철 영남대 상경대학 교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인 한국 축구가 1위인 독일 함대를 침몰시켰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후 한국 축구가 세계 무대에서 이룬 가장 큰 쾌거다. 투혼을 불사른 한국 대표팀 선수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한국 축구가 왜 매번 16강 문턱에서 좌절하고 항시 경우의 수를 따지는 등 노심초사해야만 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반해 전통적으로 축구 강국인 브라질·영국·스페인 등이 항시 FIFA 랭킹 상위를 차지하고 월드컵 무대에서도 16강 진출은 물론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해답은 하버드대 경영전략 분야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교수가 제시한 ‘국가 경쟁우위 조건’, 즉 한 국가의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요조건, 요소조건, 연관 및 지원 산업의 발달, 치열한 라이벌 경쟁구조 등 네 가지 기본적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수요조건은 해당 산업에 대한 국가 내 수요, 즉 시장의 규모가 클수록 국제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축구에 비유하면 국내 프로리그 등 국내 축구 게임의 관중 수를 들 수 있다. 관중 수가 많아져야 선수들도 흥이나 더 열심히 뛰고 프로팀의 수입도 많아져 축구 전용구장 등 인프라 구축과 선수 대우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된다. 결국 우리나라 축구의 수준이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된다. 그러나 국내 K리그의 평균 관중 수는 1만명 내외로 독일 분데스리가의 4만5,000명,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3만5,000명,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2만8,000명, 이탈리아 세리에A의 2만2,000명에 훨씬 못 미친다. 둘째, 요소조건은 부존자원을 뜻한다. 축구에서 제일 중요한 부존자원은 인구 대비 축구 등록선수다. 우리나라는 0.04% 수준인 데 반해 전통적인 유럽의 축구 강국인 잉글랜드·독일·덴마크 등은 모두 4%가 넘는다. 일본도 0.6%에 달해 우리나라보다 높다. 아마 이번 러시아월드컵 참가국 32개국 중 우리나라가 가장 낮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 축구의 부존자원은 매우 열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연관 및 지원 산업의 발달은 선수의 저변 확대를 나타낸다. 유소년 축구가 경쟁력의 뿌리가 된다. 현재 우리나라 프로구단에서도 유소년클럽을 운영하고 있지만 유럽·남미의 축구 강국과 비교하면 매우 열악하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포터 교수가 제일 중요한 조건으로 제시한 라이벌 경쟁구조다. 국내 무대에서 치열한 라이벌 경쟁을 거치지 않고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것이다. 축구도 마찬가지이다. 예컨대 프로 축구팀이 많으면 많을수록 치열한 라이벌 경쟁구도가 형성돼 그 국가의 전반적인 축구 경쟁력은 높아진다. 우리나라의 K리그는 12개팀인 데 반해 축구 강국인 영국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20개,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프랑스 리그앙은 18개팀으로 짜여 있다. 2·3·4부 하위리그팀까지 고려하면 경쟁구도가 축구 강국에 비해 더욱 미약하다.

따라서 한국 축구가 최소한 FIFA 랭킹 20위 이내로의 진입 또는 매번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뤄내려면 이들 네 가지 조건에 대한 구조적 개선에 정부의 관련 부처 및 축구협회를 비롯해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 네 가지 조건에 대한 획기적 개선 없이 월드컵에서 마냥 좋은 성적을 바라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맹목적인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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