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들의 파업 여파로 인해 준비과정에 차질이 일기도 했고, 지방선거와 월드컵 등 대형 이슈로 인해 각 방송사는 ‘승부수’를 하반기로 미뤘다.
대신 지상파 월화, 수목 미니시리즈들은 안정을 택했고, 종편·케이블 드라마만이 약간의 실험을 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중에서 유독 많이 등장한 장르물은 범죄, 수사, 스릴러 등이었다. 온갖 범죄가 드라마만 틀면 쏟아져 나왔다.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일부 일었으나, 흐름이 이어질수록 자극적인 장면은 더 잔인해지는 양상을 띠었다.
출발은 OCN ‘나쁜 녀석들’이었다. 시즌2로 돌아온 작품은 ‘나쁜 녀석들로 더 나쁜 녀석들을 잡는다’는 콘셉트만 유지한 채 등장인물과 배경을 완전히 뒤바꿨다. 전작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던 시청자들은 중반에서 종반까지 계속 당하기만 하는 주인공들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결국 진짜 나쁜 녀석들을 다 때려잡는 통쾌함에 ‘시즌3’도 기획해달라는 반응을 보였다.
수위는 SBS ‘리턴’에서 폭발했다. 첫 방송부터 마약·폭력·살인 등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망나니들이 등장했다. 봉태규의 실감나는 연기에 대한 칭찬 이면에 ‘방송에서 다루기에 적절한 수위였는가’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이어 고현정과 제작진의 불화까지 겹치면서 박진희가 긴급 수혈되기는 했지만, 초반의 힘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자극적인 범죄 이야기의 흐름은 추리극으로 이어졌다. JTBC는 6년 만에 복귀한 김남주를 앞세운 ‘미스티’로 살인범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김남주는 자신의 이미지와 꼭 맞아떨어지는 아나운서를 연기하며 냉정함과 냉철함으로 끝까지 자신이 살인범인지 아닌지 예측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전편의 인기에 힘입어 1년 만에 돌아온 KBS2 ‘추리의 여왕’은 한 발 더 유연해진 흐름으로 눈길을 끌었다. 각종 사건을 형사보다 더 훌륭하게 해결해내는 아줌마와 형사, 이들의 관계에 ‘썸’을 접목하면서 쏠쏠한 재미를 더했다. 시즌2는 전작보다 시청률 면에서 소폭 하락했으나 본격적인 시즌제 정착을 예고하며 마니아들로부터 시즌3를 기획하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추리극은 ‘부검의’와 검사의 수사극으로까지 이어졌다. MBC ‘검법남녀’는 상반기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던 MBC에 숨통을 틔워 주고 있다. 4.5%의 시청률로 시작해 20회에 8.1%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초반 정유미의 캐릭터가 겉돌고, 중반에는 검사가 개인적 원한으로 부검의를 의심하는 등의 흐름으로 지적받았으나 정재영의 관록 있는 연기가 호평받으며 SBS ‘기름진 남녀’와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리메이크 작품들에 관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 올 상반기에는 일본의 ‘마더’, 미국의 ‘슈츠’와 ‘미스트리스’가 리메이크돼 전파를 탔다.
tvN ‘마더’는 엄마에게 버려진 아이에게 대신 엄마가 되어준다는 소재를 그대로 이어받고, 한국적 정서를 입혀 호평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이보영과 허율의 연기 호흡이 감탄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KBS2 ‘슈츠’와 OCN ‘미스트리스’는 수위가 높은 원작의 배경을 완화하고, 빠질 수 없는 한국 드라마의 특성을 입혀 호불호를 낳기도 했다. 특히 ‘슈츠’는 최고의 변호사와 천재가 함께 벌이는 법정 드라마라는 콘셉트만 유지한 채 각종 에피소드를 입혀 원작 팬들로부터 지적받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식 재해석, 빠질 수 없는 로맨스 등이 추가돼 ‘머리 아프지 않게’ 볼 수 있었다는 의견, 장동건과 박형식의 호흡이 좋았다는 반응이 잇따르며 마지막회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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