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한반도 24시] 韓日관계의 뉴노멀시대 깨달아야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日정치권·여론 對韓 불신감 팽배

'1965년 체제' 전면 재검토 필요

정부, 민간교류 '촉진자'로 나설 때





최근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20주년 기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봄부터 강경화 외교장관과 고노 다로 외무대신이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주년 행사를 약속한 이래 국내에서는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비판적인 분위기와 달리 한일 양국의 우호를 증진시키고자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 결과 국내에서 여러 번에 걸쳐 한일 공동선언 행사와 관련한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정작 일본에서 한일 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에 대한 적극적인 분위기를 감지하기는 쉽지 않다. 그 예는 일본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서도 알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벌써부터 위원회(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논의를 활성화시키고 있는 데 비해 일본 정부는 아직도 위원회조차 만들지 않고 있다. 또한 지난 6월 제주포럼에 방문한 한일의원연맹 소속의 일본 국회의원은 ‘지금 한일 우호에 대해서는 일본 정치권이 무관심하다’고 말할 정도이다. 게다가 아베 신조 총리는 자신과 입장이 다른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가 만든 한일관계 선언에 대해서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말도 전해온다.

선후가 어디에 있더라도 한일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에는 환영할 만하다. 한일관계 20주년 행사가 소원해지고 있는 양국 관계를 실질적으로 촉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이 그렇다.

최근 한일관계는 남북관계가 진전되면서 한일 양국 정부의 만남도 활발해졌으며 북한 문제에 대한 양국 정상 간 협력도 적극적이다. 그러나 이전처럼 양국 정부가 나서서 과거사 등 양국 고유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는 아니다. 아직도 위안부 문제 등을 비롯한 역사 과거사에 대해 풀지 못한 과제가 많을 뿐만 아니라 이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앙금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베 총리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더 이상의 반성과 사죄는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 정치권의 정서도 아직 한국과의 협력에는 소극적이고 불신마저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예로 일본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에서 한국이 빠져 있고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서도 ‘한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국가’라는 문장이 삭제된 후 몇 년째 복구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일본의 비판적인 여론도 한일관계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동아시아연구원의 2018년 한일 국민상호인식조사를 보면 한국인의 일본인에 대한 호감도는 2013년 12.2%에서 매년 증가해 올해 28.3%를 달했다. 반면 일본인의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는 2013년 31.1%에서 매년 하락해 22.9%로 최저 상태가 된 것이다. 즉 한일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이러한 일본인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 일본인의 한국 방문 통계다. 한 해 동안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의 숫자가 700만명을 넘어서고 있는 반면 일본인은 300만명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이전의 500만명에 육박하던 일본인 방문이 이제 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러한 한일관계 상황은 지금까지의 한일관계를 지탱해오던 1965년 체제(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한일관계의 암묵적인 룰)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상식으로 생각했던 1965년 체제는 한일관계에서 약화되고 최근에는 뉴노멀(New Normal)의 한일관계가 새롭게 정착되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우선 과거사 문제가 국내 정치화되면서 정부의 역할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둘째 한일은 경제를 중심으로 경쟁관계가 확산되면서 한일협력보다는 경쟁을 우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한일협력이 국제관계에서 중요하다는 인식보다 이제는 상대방을 무시하고 왕따시키는 현상에 익숙해지고 있다. 셋째 한일 양국의 불신감, 특히 일본 내 불신감은 한국의 과거사에 대한 정당성이 일본사회에서 더 이상 먹혀들어가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뉴노멀의 한일관계가 정착되는 것을 고려하면 정부가 앞장서서 한일관계를 해결하고 이끌어가는 시대는 지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물론 갈등이 많은 한일관계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이제 한일 양국 정부의 역할이 갈등을 해결하는 ‘해결사’보다는 민간·지방 간의 교류가 적극화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촉진자’로 변화돼야 할 시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