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상원의원이라고 속인 코미디언과 이민정책 등 주요 국정 현황에 대해 수분 동안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백악관은 이 같은 주장과 공개된 통화 내용 등 사실 확인에 대한 공식적인 논평은 내놓고 있지 않지만 통신 보안에 허점을 보인 것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백악관은 이 사안에 대한 내부적으로 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30일(현지시간) CNN·ABC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코미디언 존 멜렌데스는 지난달 28일 팟캐스트에 이같이 주장하며 통화 내용이 담긴 오디오 녹취록을 공개했다. 그는 민주당 로버트 메넨데스(뉴저지) 상원의원인 척하며 백악관에 전화를 하자 얼마 후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처럼 들리는 누군가가 대통령 전용기에서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통화 내용에서 트럼프 대통령 목소리의 인물은 메넨데스 의원으로 가장한 멜렌데스에게 먼저 축하의 말을 건네며 “당신은 힘든 상황을 겪었다. 나는 온당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두 사람의 통화는 이후 몇 분간 이어졌고 이민법 개정안과 국경 강화, 최근 퇴임 의사를 밝힌 앤서니 케네디 연방대법관 후임 인선 문제까지 다양한 현안에 대해 얘기했다. 멜렌데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한 배경에 대해 “처음에는 신분을 밝히고 전화를 했지만 백악관 직원이 대통령이 바쁘다며 바로 전화를 끊어 장난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 관계자는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는 멜렌데스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확인하는 동시에 “멜렌데스의 전화가 어떻게 트럼프 대통령과 연결됐는지에 대한 내부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백악관 관리는 “대통령은 의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고 그들에게 전화 연결 기회를 주기를 바란다”면서 “하지만 가끔 그 채널이 너무 넓게 열려 있어 이번 일과 같은 실수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CNN은 현재 백악관 내부적으로 통신 보안이 허술하게 뚫린 데 대한 진상 파악을 하느라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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