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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 '떡잎'부터 특허 접목..."IP-R&D로 강소기업 됐어요"

포인트, 고질적 기술애로 해결

벤텍스, 선행특허 파악 분쟁 승소

기술개발 뒤 특허출원하면 늦어

R&D 단계서 핵심특허 선점 필요





#레이저 프린터 부속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 A사는 자체 역량으로 새로운 부품을 개발했다. 제품을 내놓은 후 시장 반응도 좋아 매출이 늘어나고 있을 무렵 A사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했다. 일본의 프린터 제조업체 C사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A사를 상대로 제품 생산 중단과 손해 배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A사가 어렵게 개발한 부품이 C사가 다수의 특허를 등록해 놓은 기술이었던 것이다. A사는 특허 침해소송에서 패소해 매출이 40% 이상 급감했고 특허를 우회하는 제품 제조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존폐 기로에 서 있다.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품의 연구개발(R&D) 단계에서부터 핵심 특허를 선점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시대다. 특허를 연구개발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로 여기고, 선행 특허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제품 개발에 나섰다가 뒤늦게 특허침해 소송 등으로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허청 관계자는 “국내 중소기업들은 특허 정보 활용에 대한 인식이 낮고 인력과 자금이 취약하기 때문에 제품을 어렵게 개발해 놓고도 핵심 특허를 먼저 확보해 놓은 글로벌 기업들의 먹잇감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제품 연구개발 단계부터 선도 기업의 핵심 특허를 피하고 특허가 없는 영역을 찾아 더욱 우수한 기술과 특허를 선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허청이 지난 2008년부터 시작한 ‘특허-연구개발 연계전략(IP-R&D)’ 사업은 중견·중소기업들이 특허 정보를 분석해 연구개발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2008년 당시 기획재정부 경제예산심의관으로 일하며 IP-R&D 사업에 첫 예산을 배정하면서 사업의 물꼬를 튼 김용환 무역정보통신(KTNET) 대표는 “처음 예산을 배정할 때만 해도 지식재산권(IP)을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고민하는 기업들이 많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특허와 연구개발을 뗄 수 없는 관계로 인식하고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뒤처질 수 없다고 판단해 선제적으로 도입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IP-R&D 사업은 도입 후 10년이 흐르면서 연구개발에 나서는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의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해내고 있다.



반도체 장비업체 포인트엔지니어링은 매출 둔화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IP-R&D 사업으로 신제품을 개발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도약했다. 포인트엔지니어링은 IP-R&D 사업을 통해 타 분야 특허기술을 접목, 기존 반도체 장비의 알루미늄 표면에 미세기공이 생기는 문제점을 해결해 불량 발생을 크게 줄인 신제품을 내놓았다. 이 회사는 신제품을 발광다이오드(LED) 기판, 가스센스 등에 적용해 새로운 사업에도 진출했다. 박승호 포인트엔지니어링 연구소장은 “IP-R&D를 통해 고질적인 기술 애로를 해결하고 신성장 동력까지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IP-R&D 사업은 해외 선도 기업과의 특허분쟁을 미리 예측해 승소 확률을 높여주기도 한다. 섬유업체 벤텍스는 기능성 섬유를 개발하는 중에 IP-R&D의 지원을 받아 글로벌 기업 D사와 특허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신제품 출시 후 예상대로 D사는 특허소송을 제기했지만 벤텍스는 미리 준비해 놓은 기술자료로 반격하며 최종 승소했다. 벤텍스는 이후 독자 특허를 확보한 신제품을 나이키 등에 수출하고 2016년 브라질 올림픽 공식 의류로도 선정됐다. 고경찬 벤텍스 대표는 “IP-R&D가 없었다면 제품 개발에만 몰두해 선행 특허를 파악하지 못하고 D사의 특허 공격에 속절없이 당했을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IP-R&D 를 지원받은 기업들은 경제적 성과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이 지난 5년 간(2012~2016년) IP-R&D 지원 기업의 성장성·수익성·고용창출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원 기업의 2년 후 연 매출 증가율은 30.9%로 지원받은 연도(9.9%)보다 3배 이상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10.1%로 같은 기간 대비 10배로 증가했다. 정부지원금 10억원 당 고용 창출도 17.2명으로 정부 R&D 평균(11.2명)보다 50% 이상 높았다. 특허 성과도 우수해 IP-R&D의 지원을 받은 중소·중견기업 R&D 과제는 연구개발비 10억원당 특허 수가 1.4배 높았다. 창출된 특허의 질도 높아 우수 특허비율이 비(非) 지원 대비 2.3배, 미국·유럽·일본 등 해외주요국 특허비율도 비(非) 지원의 3.4배에 달한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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