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가 정치인 특권 축소에 본격 착수했다.
이탈리아 하원(총 630석)은 12일(현지시간) 전직 하원의원에게 주어지는 거액의 종신연금을 삭감하는 안을 승인했다.
이탈리아 현행 연금 제도는 단 하루만 의원으로 재직해도 평생 거액의 연금을 보장해 주고 있다. 이번 결정에 따라 내년 1월부터는 전직 의원들이 성과에 따라 연금을 받게 돼 약 1,400명의 연금이 대폭 깎이게 된다.
‘오성운동’ 소속의 로베르토 피코 하원의장은 이번 조치로 연간 4,000만 유로(약 525억원)의 국가 예산이 절감될 것이라고 추산하며 “오늘 우리는 사회적 불평등을 바로 잡고, 상처를 치유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의원 종신연금 삭감을 밀어붙인 루이지 디 마이오 노동산업장관 겸 부총리 역시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이탈리아인들이 60년 동안 기다려온 날이 마침내 도래했다”고 감격을 표현했다. 오성운동 대표인 그는 광범위한 연금 개혁의 하나로 소위 ‘황금 연금’으로 불리는 월 4,000 유로(약 525만원) 이상의 고액 연금을 깎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득권에 대한 저항을 모토로 2009년 첫발을 뗀 오성운동은 2013년 총선을 통해 원내에 진출한 이래 세비의 일정 부분을 국고에 반환하는 등 정치인들의 특권을 줄이는 것을 당의 주요 과제로 내세워왔다. 지난 3월 총선에서 33%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이탈리아 최대 정당으로 약진한 뒤 극우정당 ‘동맹’과 연립정부 구성 협상을 할 때도 의원 종신연금 축소를 국정운영 프로그램에 포함하는 방안을 관철했다.
극우당인 ‘동맹’ 소속 의원들은 애초 의원 종신연금 삭감안을 내켜 하지 않았으나, 대표인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 겸 부총리가 11일 “(정치인)특권 폐지는 우리의 ‘우선순위’이다. 정치인들의 권리는 평범한 이탈리아인들보다 많아서도, 적어서도 안 된다”고 말한 직후 찬성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하원에만 해당한다. 상원(총 315석)은 아직 종신연금 삭감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대표를 맡은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 소속인 마리아 엘리사베타 카셀라티 상원의장은 이 같은 조치가 전직 상원의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직 하원 의원 일부는 이번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뉴스통신 ANSA는 보도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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