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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한국축구 희망을 보았다

문성진 문화레저부장

獨 격파로 한국축구 가능성 확인

협회 환골탈태 통해 신뢰 되찾고

2022년 카타르서 영광 재현하길

문성진 문화레저부장




러시아월드컵이 치러진 지난 한 달 남짓 축구 담당 부서의 일원으로서 꼭두새벽까지 중계되는 주요 경기들을 챙겨 보느라 잠 못 드는 밤의 연속이었다.

마침내 마지막 새벽 관전인 16일 새벽 결승전,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한 ‘레블뢰(Les Bleus) 군단’ 프랑스의 4대2 승리는 짜릿했다. 전반 18분 크로아티아의 자책골, 후반 24분 프랑스 골키퍼의 실수, 경기 도중 관중의 난입까지 보기 드물었던 결승 경기였다.

프랑스에게는 20년 만의 월드컵 정상 탈환이었지만 그동안의 아픔도 컸다. 레블뢰 군단은 지난 199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하면서 예술 같은 조직력과 패스로 ‘아트사커’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2년 대회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고 2006년 대회 결승에서는 지네딘 지단의 그 유명한 ‘박치기’ 사건으로 망신을 자초했다. 최악은 2010년 대회로 남아공 현지에서 선수들이 훈련에 불참하는 파업 소동 속에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고배를 다시 마셔야 했다. 그렇게 끝없는 추락 끝에 다시 오른 정상이라 더욱 값지게 보이는 것이 이번 프랑스의 우승이다.

한국은 러시아월드컵에서 희망을 봤다. 세계 최강 독일을 꺾음으로써 2002년 대회 준결승의 패배를 되갚았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한국 축구가 이번 월드컵에서의 기적을 통해 팬들의 열정을 되살렸다는 점이다. 김영권과 손흥민이 독일을 상대로 첫 골과 두 번째 골을 터뜨렸을 때 전국 곳곳에서 터져 나온 환호는 2002년 그때의 함성 못지않았다. 2002년 월드컵 4강에 이은 2018년의 세계 1위 축구강국 격파는 한국 축구의 저력과 가능성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기적이었다.



한국 축구는 이전에도 기적을 만들었다. 첫 기적은 1983년 6월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청소년(20세 이하)축구대회 4강 진출이었다. 한국은 본선 첫 경기 스코틀랜드전에서는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2대0으로 패했다. 그러나 홈팀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종료 1분 전 터진 신연호의 결승골로 2대1 승리를 거뒀고 3차전 호주와의 경기에서도 2대1 승리를 거두며 사상 최초의 8강 진출에 성공했다. 6월12일에 벌어진 8강전 상대는 우루과이였다. 1대1로 맞서던 연장 전반 14분 신연호가 회심의 오른발 터닝슛을 성공시켰다. 세계청소년대회 4강 진출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최고의 기적은 역시 2002년 월드컵 4강이다. 감독으로 프랑스월드컵에서 한국팀을 5대0으로 무너뜨렸던 네덜란드의 거스 히딩크를 영입했으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 5대0으로 졌고 월드컵을 50일 앞두고 열린 체코와의 평가전에서도 5대0으로 패했다. ‘오대영’이라는 별명을 얻은 히딩크와 선수들은 그러나 월드컵 본선에서 드라마를 써냈다. 첫 경기인 폴란드전에서 2대0 사상 첫 본선승리를 거둔 한국은 미국과 1대1로 비긴 뒤 3차전에서 우승후보인 포르투갈을 박지성의 골로 1대0으로 물리치며 16강에 올랐다. 16강과 8강에서는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연달아 격파했다.

이제 한국은 2022카타르월드컵을 향한 출발점에 섰다. 좋은 감독을 뽑고 팬들의 신뢰를 잃은 협회가 환골탈태하지 않는 한 좋은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카타르는 ‘도하의 기적’이 있었던 곳이라 희망을 품어본다. 1994미국월드컵 때 한국의 본선 좌절이 확실시되던 1993년 10월28일 카타르 도하에서 한국은 북한을 3대0으로 이기고 이라크가 인저리타임에 일본의 골망을 흔드는 동점 골을 터뜨리면서 ‘도하의 기적’은 쓰였다.

2022년 월드컵을 기다리며 “나는 절대로 패하지 않는다. 언제나 승리하거나 배운다”고 말했던 넬슨 만델라를 떠올려 본다. 그의 말처럼 한국 축구는 이번 월드컵에서 패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을 배우고 나서 한국은 세계 최강 독일을 넘어설 수 있었다. 카타르에서도 그랬으면 좋겠다. 문성진 문화레저부장 hn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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