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마술사’로 불린 성우 이혜경이 15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1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혜경은 국내에 성우라는 정식 명칭이 없었던 1948년 동국대 재학 중에 KBS에 지원해 ‘방송 연기자’라는 이름으로 데뷔했다. 1954년 성우 1기가 선발된 후 그 전 세대 성우들은 ‘특기 성우’로 분류됐다.
이혜경은 데뷔 후 2000년대까지 약 60년간 민영방송 출연을 가급적 자제했다. 주로 KBS에서 성우 외길만 걸었으며 단막극부터 대북 방송까지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연기했다. 한국전쟁 발발 때 “국민 여러분! 조금도 동요하지 마시고”라고 나온 라디오 방송도 고인의 목소리였다.
이혜경은 이후 2010년까지 KBS에서 방송된 ‘달의 바다’ 등에 출연하며 국내서 최고령 성우로 활동했다. 2013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한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에서 보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이혜경의 남편은 대한민국 방송 효과음의 선구자 고(故) 이상만이다. 1949년 결혼한 두 사람은 라디오방송 시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방송 가족’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상만은 2002년 작고했으며, 그해 이혜경 역시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후 여러 차례 크고 작은 수술을 했다. 유족에 따르면 고관절 수술을 받은 후에도 건강했으나 노환으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빈소는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층 6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7일이다.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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