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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





코언 형제가 만든 영화 중 최고의 작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꼽는다. 이전까지 창작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든 것과는 다르게 처음으로 소설 원작을 각색해 연출한 것도 특이하지만 무엇보다 영화가 무엇을 말하는지가 관객의 몫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쫓고 쫓기는 살육전 속에서 과연 그들이 사는 곳은 노인을 위한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조차 의문부호가 붙는다. 사실 영화는 노인을 위해 나라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또는 노인에게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같은 계몽적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누구나 언젠가는 마주할 수밖에 없는 노인에 대해 곱씹어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0년 고령화율이 7%를 넘는 고령화사회(aging society)를 거쳐 2018년 고령화율이 14% 이상인 고령사회(aged society)가 됐다. 오는 2025년에는 고령화율 20% 이상인 초고령사회(super aged society)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2060년에는 일본을 앞설 것으로 전망하며 이 같은 고령화는 고령자의 삶뿐 아니라 경제·산업·사회보장 등 사회 전 영역에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인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평균수명 연장과 출산율 저하로 고령화를 막기는 어렵지만 증가하고 있는 노인을 위해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노인 일자리를 확대하고 활동수당을 준다. 또 치매 상담부터 진단·등록 서비스까지 비용 부담을 없애고 틀니와 임플란트 부담을 줄이는 등 의료비 걱정도 덜어주고 있다. 고령자 맞춤형 공공임대주택도 공급하고 노인장기요양 본인 부담 경감 대상자를 중산층까지 확대해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도 노인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어르신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집배원이 시골에 살고 있는 어르신의 집을 주 1회 방문해 안부를 묻고 건강 상태를 확인한 후 자녀에게 사진을 보내준다. 필자의 어머니도 시골에 혼자 살고 계시는데 집배원이 매주 한 번씩 사진을 보내줘 가족들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한다. 일자리도 제공한다. 실버택배로 어르신 300여명이 일을 하며 용돈도 번다. 문화생활도 지원하고 있다. 전국 57개 ‘우체국 작은대학’에서 스마트폰으로 자서전을 쓰고 정보기술(IT) 활용법도 배울 수 있다.

고령사회가 되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총량적 인력 부족이 심화한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하면 노동력 평균연령이 높아지고 잠재성장률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으며 특히 노인빈곤이 사회문제로 부상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건강하고 품위 있는 노후생활이 보장되는 고령사회를 위해 더 많은 관심과 준비가 필요하다. 그럴 때 비로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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