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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택 "남북철도 연결 만큼 역사 연결도 중요...북한 개발 과정서 문화재 파괴 막아야"

최종택 한국고고학회 통일고고학특별위원장

"치밀한 사전 발굴조사 대책 필요

北문화유산 디지털지도 구축 착수"

최종택 교수가 지난 200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평양시 력포구역에 위치한 진파리 1호분을 살펴보고 있다. 최 교수는 평양과 황해도 일원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고구려 벽화고분이 많이 있으며, 남북이 연결을 추진 중인 경의선철도 노선 주변에 이같은 유적이 다수 분포해 사전 보존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제공=최종택




남북이 단절되면서 끊어진 건 철도와 도로뿐이 아니었다. 역사도 끊겼다. 문헌 연구는 같은 사료를 분석하는 것이라 관점의 차이가 발생할 따름이나 유물을 통해 역사와 생활상까지 연구하는 고고학은 대안이 없다. 그래서 북한이 빠진 우리나라 고고학은 “섬나라 고고학”이라는 자조적 목소리가 나온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교류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경의선 철도 연결까지 추진 중이지만 고고학계는 오히려 고민이 커졌다.

“철도·도로·가스연결관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은 문화유산 파괴가 불가피한 만큼 문화재 파괴를 막기 위해 문화유산 사전조사 등 치밀한 사전 대책이 필요합니다.”

한국고고학회 산하 통일고고학특별위원회장을 맡고 있는 최종택 고려대 문화유산융합학부 교수의 목소리가 무거웠다. 최근 서울경제신문 사옥에서 만난 최 교수는 “평양과 황해도 일원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고구려 벽화고분이 상당수 분포하며 최근 남북이 연결을 추진 중인 경의선철도 노선 주변에도 많은 유적이 산재해 있다”면서 철저한 보존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거 경부고속도로 건설 상황이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될 수 있다. 당시 경부고속도로 주변 숱한 유적이 ‘알려지지 않은 채’ 파괴됐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1만 평 이상 규모의 공사에 앞서 문화재 발굴조사를 시행하게 된 것은 1980년대 이후의 일이다. 이에 따라 경부고속철도 공사에 전에는 7년간 문화재 조사가 진행됐다. 이를 근거로 1994년에 경주시를 관통할 철도 노선을 외곽으로 돌릴 수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주를 간신히 구했다.



반면 개성공단 건설 때는 문화재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 더 많은 유적 발굴의 기회를 놓쳤다. 북한 개발에는 우리나라 예산과 인력이 투입될 예정인 만큼 북한의 문화재 조사는 우리 정부의 의지에 따라 달려있다는 것이 최 교수 주장이다. 그는 “당장에는 ‘문화유적이 파괴된다’는 선정적 목소리에 귀 기울일 테지만 중요한 대명제는 역사문화공동체로서의 동질성 회복”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일각에서는 문화재계가 ‘공연히 시비 거는 쪽’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문화재를 깔아뭉갠 채 집을 짓고 도로를 놓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통일고고학특위는 지난 2016년 발족했다. 남북 갈등이 첨예하던 때였다. ‘극으로 치달으면 터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인문학자들이 조용히 통일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위원회는 북한 고고학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북한 고고학 인명사전’ 제작을 통해 현지 전문 인력을 조사 중이다. 최근에는 국립문화재연구소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북한 문화유산 디지털 지도’ 구축 사업에 착수했다. 최 교수의 전공인 고구려 유적지만 600개 이상의 좌표로 표시됐다. 이를 통해 철도와 도로가 어떻게 유적 주변을 지나게 될지 예측할 수 있다. “평양도 경주처럼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죠. 대동강 동쪽이 우리로 치면 강남 격으로 신도시 개발이 추진됐는데 이때 낙랑고분을 모조리 밀어버리다시피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고구려 고분 1,000여 기가 일제시대와 1960년대 북한 자체 조사 이후 어떻게 됐는지 알 길 없어요.”

이에 한반도 문화유산 DB구축 사업에는 북한과의 공동작업이 필수다. 북한은 1946년 정부수립 직후 10곳의 국립박물관을 세웠고 남한보다 앞서 한반도의 구석기와 청동기 시대의 존재를 밝혀냈다. 하지만 70년대 들어서면서 경제 봉쇄, 주체사상 등으로 북한 내 고고학이 위축됐다. 그동안 문화유산 분야의 남북 교류는 민간 주도로 부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일부 전문가들만 참여했기에 성과를 확산시키지 못한 만큼 정부 주관의 체계적 교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청규 한국고고학회장은 “학회 차원에서 여러 가지 사안에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지만 최근 이슈는 북한 문화재 발굴”이라며 “북한과 한국의 고고학 연구가 비대칭적이어서 한국사나 한국문화를 이해하는데 구멍이 뚫린 만큼 남북관계의 물꼬가 트인 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통일고고학특위는 다음 달 23일 워크숍을 열고 과거 국내의 국책사업에 따른 문화유산 조사사업, 독일이 통일과정에서 실시한 문화유산 정책 등의 사례 등을 분석해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조상인·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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