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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유니콘보다 부동산에 열 올리는 한국형IB

증권부 강도원 기자





“차라리 국공채에 투자하는 게 더 나은 수준이에요. 검토해달라는 물량은 많은데 투자할 만한 우량 자산은 거의 없어요.”

최근 만난 한 공제회 관계자는 주요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재매각(셀다운·sell down) 물량이 쏟아진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11월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꿈꾸며 초대형 IB가 출범했지만, 주요 증권사들이 취지와 달리 부동산 대체 투자에만 열을 올린 결과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내 증권사도 주식 위탁 거래나 펀드 판매에서 벗어나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고 위험하지만 유망한 기업에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초대형 IB를 출범시켰다. 조달한 자금의 최소 50%는 기업 금융으로 운용해야 해 벤처·중소기업의 새로운 젖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 현실은 좀 많이 다르다. 유망한 기업보다는 해외 부동산 투자처를 찾느라 바쁘다. 증권사 간에 부동산금융 인력 영입전이 벌어지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KB증권의 M&A를 담당하는 인력은 4명뿐인데 반해 부동산 금융 부문은 17명이 넘는다.

문제는 너도나도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다 보니 부실화 우려까지 나온다는 점이다. 증권사들은 경기가 꺾인 국내 PF를 대신해 해외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과정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적정가 이상에 인수해 제대로 된 수익률을 내지 못할 위험도 커진다. 국내 대형 증권사가 1조원에 가까운 물량을 셀다운 못했다는 소문이 도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호주의 한 오피스 매각전에서는 입찰에 한국 증권사가 들어오지 않아 재매각 공고를 내는 일도 있었다. 사실상 한국 증권사들이 ‘글로벌 호구’로 전락한 셈이다. 증권사들은 수익률을 위해 국내 연기금 등에 셀다운 못한 물량을 부동산 공모 펀드로 돌려 일반 소비자에게 팔 수 있다. 상황을 잘 모르는 개인 투자자도 호구로 전락할 수 있다.

한국형IB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한국식 ‘빨리빨리’의 단기 실적주의가 아니다.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을 찾아낼 수 있는 IB맨들의 눈이다. 옥석을 가르는 눈을 키우지 못하면 한국형IB도 없다.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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