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20~40대 청·장년층도 온열질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날씨가 워낙 더워 야외에서 작업하는 근로자의 경우 나이를 가리지 않고 온열질환에 노출된 데다 이 연령대는 고령에 비해 체력이 좋은 편이어서 무리해도 자각하기가 어려워서다.
26일 질병관리본부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집계를 시작한 5월 20일부터 지난 24일까지 발생한 열탈진,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는 1,487명으로 보고됐다. 지난해 5월 29일부터 7월 26일까지 온열질환자가 833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78% 증가했다.
올해 사망자는 17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국이 펄펄 끌었던 지난주(7월 15~21일)에 9명이 숨졌고, 이번주 들어서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 동안 5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온열질환자가 지속해서 늘어나는 가운데 고령뿐 아니라 20~40대 청·장년층의 건강도 위기에 처해 있다. 50대 이상이 여전히 60%를 차지하고 있지만 청·장년층의 비중도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 온열질환자 중 20~40대는 541명(36%)으로, 3명 중 1명 이상에 육박한다. 건강 전문가들은 고령의 경우 무더운 여름 농사일을 하는 직업적 이유를 제외하곤 야외 활동을 꺼리지만 청·장년층은 자신의 체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아무리 젊은 사람이더라도 더운 날씨에 밖에서 일하게 되면 몸이 열을 식히기 위해 팔, 다리로 혈액을 지속해서 공급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심장으로 가는 혈액이 급감하는 등 몸에 ‘과부하’가 오면 실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젊은 사람들의 경우 기초체력이 고령자에 비해 좋은 편이어서 외부 활동에 거리낌이 없는 데다 본인이 무리하고도 한계가 오도록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적절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고 평소 대비 운동량을 20~30%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운동으로 땀을 빼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거나, 휴가를 앞두고 무리한 체중 감량을 하는 것도 가급적 삼가는 게 좋다고 한다.
또 청·장년층의 경우 사회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시기라는 것도 더운 여름철 건강관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박 교수는 “이 연령대는 대부분 직장인이어서 뜻하지 않게 과로를 하거나 과음, 야식 섭취 등에 노출되기 쉽다”며 “과로와 과음 등이 수면 부족으로 이어지고 몸에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 야외 활동 등을 하게 되면 온열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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