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케냐·탄자니아 등을 방문하고 어제 귀국했다. 대한민국 국무총리로서 케냐는 6년 만의 방문이었고 탄자니아는 지난 1992년 양국이 수교한 지 26년 만의 첫 정상급 방문이었다. 미래의 대륙 아프리카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본격적인 경제외교를 펼칠 수 있었기에 이번 순방의 의미는 더욱 특별했다.
아프리카는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30세 이하 청년층이 70%이며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 인구가 이미 3억5,000만 명 수준으로 신흥 생산기지이자 소비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3월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가 출범하면서 12억 인구와 총 국내총생산(GDP) 2조5,000억달러 규모의 거대 단일시장 형성을 앞두고 있다. 아프리카의 휴대폰 보급률은 75%에 달하며 이를 활용한 엠페사(M-Pesa) 같은 모바일금융도 아프리카에서 태동하고 있다.
‘실리콘 사바나’로 불리는 케냐는 아프리카 내에서 정보기술(IT) 산업과 스타트업의 중심지이다. 동아프리카 물류허브로서 풍부한 양질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제조업 발전의 잠재력도 높다. 탄자니아 역시 5,400만명의 인구와 천연가스·금·다이아몬드 등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나라로 최근 수년간 7%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고속 성장하고 있다.
우리의 아프리카 진출이 아시아 주요 국가들에 비해 뒤처져 있음은 사실이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의 귀착지인 아프리카에서 공세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총리의 순방기간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네갈·르완다·남아공·모리셔스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아프리카 외교를 벌이고 있었다. 인도와 일본도 ‘아시아·아프리카 성장회랑(AAGC)’ 이니셔티브로 인프라 구축을 위해 협력해나가기로 하는 등 아프리카에 대한 전략적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한국을 발전모델로 생각하며 교류협력 강화를 갈망하고 있다. 이번 국무총리의 케냐와 탄자니아 방문에서도 이러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세기 만에 인적자원 육성과 인프라 개발을 통해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우리의 성공적인 개발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는 아프리카에서 한국 프리미엄을 만들어가는 기반이 되고 있다.
우리의 개발원조와 연계해 우리 기업의 진출을 도모하면 최대한의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는 곳이 아프리카다. 우리 기업들이 우리 개발원조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낯선 아프리카 현지 사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실적을 쌓을 때 후속사업 수주의 기회는 늘어날 것이다. 이번 탄자니아 방문을 계기로 성사된 우리 기업의 샐린더 교량건설 사업 참여가 좋은 예다. 또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각각 개최된 비즈니스포럼은 정부와 민간의 협업을 통한 아프리카 진출이 가능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번 국무총리 방문에 청년 스타트업 사업가들을 포함해 49명의 우리 기업인들이 동행했으며 비즈니스포럼에는 케냐와 탄자니아 측에서 각각 100명이 넘는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우리 기업인들과의 비즈니스 상담회에서는 케냐 100여건, 탄자니아 90여건의 상담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외교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충분한 준비와 진취적인 도전정신을 갖고 아프리카 시장에 뛰어든다면 예전의 중동 특수와 유사한 아프리카 특수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은 인프라 부족,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인 행정절차, 언어 및 문화장벽 등 여러 면에서 쉽지 않은 시장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어찌 보면 이제 마지막 남은 우리의 미래 시장이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외교다변화 정책은 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을 지원하는 경제외교와 무관하지 않다. “나무를 심어야 할 시기는 20년 전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로 중요한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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