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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원천 수학·과학 뿌리째 흔들] "AI역량 키우는 기하·과학Ⅱ 약화시키면 4차혁명 뒷걸음"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인문사회도 과학 배워야

진정한 융합교육 완성돼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얼굴을 인식할 때 인공지능(AI)으로 하는데 기하가 없으면 안 되죠. 자율주행차나 로봇수술 알고리즘, 주가예측 등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수학·과학 교육이 약화되는 것은 세상이 뒷걸음질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권오경(63·사진) 한국공학한림원 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은 28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나 “AI는 굉장히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수학 능력이 필요한데 기하·벡터·매트릭스·확률통계 등과 관련이 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 인근 UC버클리대의 AI 입문 교재를 넘겨 가며 AI에 벡터와 매트릭스 계산 등을 포함한 기하와 선형대수가 필요하다는 부분을 자세히 짚었다. 기하가 AI는 물론 빅데이터와도 관련돼 있고 전자·컴퓨터공학·기계공학·건축·바이오의료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요 분야와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글의 AI 소프트웨어(SW)인 텐서플로어도 3차원인 벡터에다 시간개념을 넣어 4차원으로 만들어 미래예측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권 회장은 “앞으로 AI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 오는데 대학 수능에서 기하를 제외하면 미적분을 제외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현재도 미적분을 제대로 안 듣고 대학에 들어오는 학생이 많아 개념을 잘 모르다 보니 응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기초개념을 강조하며 창의적·논리적으로 응용하게끔 하는데 우리는 주입식·문제풀이식으로 흘러 기초가 부실하다는 우려도 내놨다. 한양공대조차 고등학교 때 물리Ⅱ나 미적분 심화과정에 대한 수업을 듣지 않고 오는 학생이 각각 40~50%나 돼 입학 전에 한 달 특강프로그램을 열고 있지만 수강생이 갈수록 줄어 지금은 거의 오지 않는다고 했다.

권 회장은 “‘대학에서 기하와 과학Ⅱ를 제대로 가르치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기초가 탄탄하지 못하면 수업을 따라가기 벅차다”며 “한양공대 취업률도 90%가 넘었는데 이제는 70%밖에 안 되고 국내에 우수 공학인력이 적게 배출돼 삼성전자가 4차 산업혁명 인력을 수혈하기 위해 인도나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세웠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5월 서울포럼에서 만난 자레드 코헨 구글 직쏘 최고경영자(CEO)의 일화를 소개하며 융합교육도 강조했다. 그는 “코헨이 ‘스탠퍼드대 사회학과를 나왔는데 컴퓨터 사이언스를 듣고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며 “(이공계가 인문학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인문사회 쪽이 과학을 배워 융합하는 게 진정한 융합교육”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문사회는 과학을 하지 않고 자연계마저 과학을 못하도록 막고 윤리도 거의 안 배우는 게 과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방향이냐고 한탄했다.

권 회장은 망국병인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학생 개개인의 재능 향상을 위한 인공지능학습지도시스템 개발도 제안했다. 정부가 산학연 협동으로 AI학습지도시스템을 개발, 학생이 무료로 학습 진단과 코칭을 받아 부족한 것은 보충하고 잘하는 것은 더 계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리Ⅰ에 재능이 있으면 빨리 물리Ⅱ를 가르치는 등 학생 맞춤형 교육 SW를 개발하자는 얘기다.

그는 “사교육에서 문제풀이식 선행학습을 하고 이로 인해 다시 공교육이 무너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가 10년 내 개발목표로 예산을 투입해 성과를 내면 사교육비도 획기적으로 줄이고 학생 재능도 향상시킬 수 있을 뿐더러 수출까지 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우리나라는 전교조식 평등교육 문화라든지, 모든 과목을 다 잘해야 좋은 대학에 가도록 해 사회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어요. 미국처럼 수학 등 특정 분야에 재능이 있으면 대학이 자율적으로 뽑고 학교기부금에는 과감히 세제혜택을 부여해야 합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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