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외부성기의 일부를 절제하는 여성할례 인습은 기원전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위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많아 각국 정부는 여성할례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수천년의 역사가 있는 만큼 이들 지역 주민의 의식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진 이 인습은 이집트에서도 수천년간 이어지고 있다. “성욕을 억제해 정조를 지킨다”거나 “절제를 해야 비로소 한사람의 여성”이라는 사고가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있다.
이집트 보건부가 2014년 여성 2만2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92%가 할례경험자였다. 58%는 “(절제관습이) 계속되는게 좋다”고 응답해 “그만둬야 한다”는 대답 31% 보다 크게 높았다. 정작 여성들 조차 이렇게 생각할 정도로 뿌리 깊은 인습이라는 걸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이집트에서 여성성기절제 수술은 불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대부분의 수술은 몰래 이뤄진다. 보건부 조사에서 누가 수술을 했느냐는 질문에 ‘조산(助産)부’나 ‘의사’, ‘간호사나 다른 의료종사자’라는 응답이 90%로 나타났다. 수술이 공공연히 이뤄지는 셈이다.
이집트에서는 비정부기구가 1990년대부터 여성성기절제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반대 활동을 해 왔다. 정부도 2003년부터 근절운동에 나서고 이슬람교 등 종교계도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2008년 절제수술을 불법화하고 2016년에는 정당한 사유없이 수술을 한 경우 금고 5~7년, 여성이 사망하거나 중증 장애가 남을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등 처벌을 강화했다.
그러나 NGO가 지난달 말 카이로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는 ”수술이 몰래 이뤄지고 있어 처벌을 강화해도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속출했다. 젊은 세대에서는 의식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2014년 조사에서 5~17세의 수술경험자는 61%로 나타나 2008년 조사 때 보다 13 포인트 낮아졌다.
이집트 정부는 2020년까지 0~19세의 수술경험자 비중을 10~15%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민간진료소 등에 대한 감시와 언론을 통한 홍보활동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2016년 유니세프(국제아동구호기금) 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와 중동을 중심으로 30개국에서 적어도 2억명이 여성할례를 경험했다. 수출중 출혈과다로 사망하거나 감염 우려가 커 유엔총회가 2012년 여성할례를 인권침해도 규정, 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케냐의 경우 15~19세 수술경험자의 비중이 1984년 41%에서 2014년 11%로, 라이베리아는 72%(83년)에서 31%(2013년)으로 각각 감소했다.
유니세프 2016년 자료에 따르면 15~49세 여성의 수술경험자 비중은 소말리아가 9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최주리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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