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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s Expert_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주 52시간 근무 시대의 리더십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8년 8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주 52시간 근무가 시작됐다. 기업에겐 새로운 상황이 다가온 셈이다. 변화는 언제나 우리의 생각보다 먼저 다가오고, 그래서 늘 피로를 동반한다. 하지만 기업은 생존을 위해 변화가 초래할 충격에 대비해야만 한다. / 신제구 교수◀







주52시간 근무가 시행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일만 하던 시절’에서 ‘일도 하는 시절’로 시대가 변하면서 조직은 강압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 변화의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누구도 가본 적 없고 되돌아 갈수도 없기에 ‘현실 그대로’ 보는 수밖에 없다.

주52시간 근무라는 커다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챙겨야 할 일들도 많다. 조직에는 목표가 있고 목표를 책임지는 리더가 있으며 함께하는 직원들이 있다. 변화 앞에 모두가 심란하고 미지의 결과가 두렵지만 변화는 점검의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칼럼에서는 미지의 변화를 건강한 기회로 대치시키기 위한 리더십 대응 전략을 주52시간 근무와 연계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직무분석부터 재점검하라’. 줄어든 시간을 활용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현재 직무부터 철저히 재점검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지만, 이 일이 어떤 일인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누가 해야 적합한 일인지 따져보지 않고 기계적으로 처리했던 일들이 의외로 많을 수 있다. 직무분석이 돼 있지 않다보면 중요한 일과 시급한 일을 구별하지 못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보면 중요한 일도 시급한 일로 변하기 십상이다.

중요한 일이 시급한 일로 변질되면 질(quality)의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애초에 기대했던 결과는 당연히 달성하기가 힘들어진다. 시급한 만큼 일단 하는 것이 급하기 때문이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리더는 면밀한 직무분석을 통해 일의 내용과 성격을 점검하고 적합한 직원에게 일을 분배하는 것에 시간을 먼저 할애해야 한다. 중요한 일은 중요하게 다루고 시급한 일은 시급하게 처리해야 누수가 생기지 않는다.

둘째, ‘일의 가치와 과정을 공유하라’. 누구나 사람은 자신의 일만 보게 된다.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만 집중하도록 훈련받았기 때문이다. 조직에는 전체의 목표가 있고 이 전체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하위 조직별 혹은 직원별 목표가 분산돼 할당된다. 그래서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직원도 일의 조각들이 모여 완성되는 전체 모습과 과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일이 전체 조직의 목표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그 가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리더는 직원 개개인에게 전체 일의 목표와 흐름 그리고 각 일의 조각들이 어떻게 전체로 구현되는가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를 알 수 있고 경외심도 느낄 수 있다. 리더의 부지런함과 진정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지시만 하기에도 바쁘고 피곤한데 여기에 일의 가치와 과정까지 공유하는 건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직원 각자가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갖는다면 조직을 좀먹는 비겁한 나태함은 예방할 수 있다.

셋째, ‘갈등을 입체적으로 조정하라’. 앞으로 누구나 더 바빠질 것이다. 줄어든 시간에도 이전만큼의 성과는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직은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다. 일에는 순서가 있고 공동의 책임도 존재한다. 갈등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의 일을 대신할 마음도 양보할 여유도 없다. 방해를 받기는 더더욱 싫다. 따라서 리더의 갈등관리 역할은 과거에 비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따라서 리더는 별도의 갈등관리 스킬이 꼭 필요하다. 리더의 갈등관리 능력도 하수와 중수, 그리고 고수의 전략이 다르다. 하수는 갈등이 발생하면 리더 자신이 먼저 당황해 갈등을 회피해버린다.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고 그 책임 또한 리더의 몫으로 남는다. 중수는 갈등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에 갈등으로 인한 비용 발생을 최소화해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고수는 갈등을 미리 예측하고 예방하며 갈등 발생 정도와 빈도를 통제한다. 그럼에도 갈등이 발생하면 신속히 해결한다. 고수는 유사한 갈등이 반복되지 않도록 한다는 점에서 중수를 훨씬 앞선다. 갈등은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게 하기 때문에 리더는 고수의 갈등 관리 전략을 익혀야할 필요가 있다.

넷째, ‘공정성을 엄격하게 유지하라’. 어려울수록 리더의 공정성은 중요해진다. 없는 시간을 쪼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버거운 상황이 심화할수록 조직 공정성에 대한 예민함은 더욱 커진다.

공정성은 보통 분배 공정성, 절차 공정성, 상호작용 공정성 3가지로 분류된다. 분배공정성은 말 그대로 일의 목표와 지원 그리고 보상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것이다. 누구나 차별을 받거나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다면 분노하게 되고 분노는 업무 몰입을 힘들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일 할 마음이 생길 리 없다. 따라서 리더는 콩 한 조각도 공정하게 분배한다는 의식을 명확히 해야 한다. 만약 분배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생긴다면 강압적인 당부로 리더의 입장만을 표현하기보단 불가피한 점들을 사실대로 설명하고 진정성 있게 협조를 구해야 한다. 그러면 적어도 직원들의 의도적인 책임회피는 막을 수 있다.

절차 공정성은 ‘일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거치는 일련의 절차를 얼마나 공정하게 원칙을 준수하며 실행했는가’ 하는 문제이다. 명확한 원칙이 없거나 조직원에게 공표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누구도 원칙을 의식하거나 따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줄어든 업무 시간 내에 기존의 일을 처리하려다 보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혹은 고의로 절차를 생략하거나 무시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혹여나 리더가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직원들이 이때를 놓칠 리 없다. 리더 자신은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서 직원에게만 지키도록 강요한다면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협력해도 부족한 리더와 직원의 관계가 변명과 저항으로 점철된다면 그 조직의 운명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리더는 바람직한 원칙을 수립하고, 그 원칙을 약속한 절차대로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 번 실추된 리더의 명예는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소탐대실 하지 않도록 리더가 먼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상호작용 공정성은 인간적인 차별과 관련이 있다. 리더의 편애(偏愛)만큼 직원을 괴롭게 만드는 일은 없다. 자신이 인간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극심한 모멸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리더를 비롯해 편애 받는다고 생각하는 직원에 대한 미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만약 집단적인 형태로 리더의 상호작용 공정성이 의심 받는다면 집단저항을 하거나 낭비적 태만이라는 불행한 결과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물론 책임은 리더의 몫이다.

주52시간 근무제도가 시행된 지금, 리더가 풀어야 할 숙제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 근무시간이 줄어든다고 해서 조직의 목표나 업무 성과까지 줄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퇴근한 이후 리더 혼자 남아 남은 일을 하는 웃지 못 할 일들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단축근무제도에 익숙해질 때까지 리더는 앞서 설명한 많은 부분에서 재점검과 재설계를 통해 조직 안정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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