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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리비 라이언스 호주 양성평등청장 "남녀 임금·고용격차 줄이면 글로벌 경제규모 12조弗 늘어나"

'고위층·리더십=남성' 편견·차별이

남녀 임금격차 만드는 첫번째 원인

여성에게도 동등한 환경·기회 줘야

남성이 여성다수업종 많이 진출하면

업종전체 임금도 자연스럽게 올라가

男 육아휴가 권장·임금 인센티브 등

호주도 경단녀 문제 해결위해 노력중





“남녀 임금격차의 가장 큰 원인은 편견과 차별입니다. 아직도 사회의 고위층들은 대부분 남성입니다. 이 같은 구조가 편견을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고위층·리더십=남성’이라는 편견입니다.”

최근 방한한 호주 양성평등청(Workplace Gender Equality Agency·WGEA)의 리비 라이언스 청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여성의 고용증대, 고위층 진입 확대를 남성의 일자리·고위직 축소와 연결지어 생각하면 안 된다”며 “경제의 파이 자체가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호주의 여성노동력을 6% 늘리면 호주 국내총생산(GDP)이 11%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내놓았다. 호주의 세계적인 자원기업인 비에이치피(BHP)에서 여성고용을 늘린 결과 생산목표도 조기에 달성되고 작업장도 안전성이 더 높아졌다는 경험적 사례도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다. ‘OECD 고용전망 2018’을 보면 우리나라는 34.6%(2017년)로 격차가 가장 크다. 다음이 에스토니아로 28.3%(2014년), 일본이 24.5%(2017년) 순이다. 호주는 14.3%(2016년)다. OECD 평균 13.9%(2016년)보다 약간 높다.

호주의 남녀 임금격차 수준은 우리보다 절반 이하이지만 그럼에도 호주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발효된 양성평등법과 이에 근거한 양성평등청을 출범시켜 남녀 임금격차 축소 등 직장에서의 양성평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라이언스 청장을 지난달 26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19층에 있는 호주대사관에서 만났다.

-초등학교 교사로 시작해 에너지·자원 관련 기업의 여러 중요한 자리를 거쳤다. 이런 경험들이 양성평등을 담당하는 조직의 수장으로서 역할과 어떻게 연결되나.

△나는 첫 사회생활을 초등학교 교사로 시작했다. 여성이 많은 직장이었다. 조그만 초등학교로서 35명의 교사와 직원들이 있었는데 남성은 3~4명 정도였다. 이때부터 여성과 남성의 균형,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됐다. 여성이 다수여서 다른 관점, 즉 남성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다.

이후 여러 에너지·자원과 관련한 기업에서 일을 했다. 이곳은 반대로 남성이 다수인 직장이었다. 이곳에서는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갖는다는 것,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깨달았다. 동시에 얼마나 중요한가도 알았다. 우리는 자기의 정체성이 있고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여성은 남성과는 다른 관점·시각이 있다. 기업의 의사결정과정·혁신과정에서 다른 관점은 매우 중요하다. 이 같은 그동안의 경험들이 양성평등청장으로 일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일부에서 성별 임금격차는 없다고 말한다. 임금격차는 개인 선택의 결과이자 개인의 업무태도의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난센스다. 남녀의 임금격차는 명백하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기회의 균등이다. 여성에게는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내가 아이들 양육에 전념하고 싶으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면 내가 자녀들을 양육하면서 직장생활도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동등한 기회를 줘야 한다. 모두가 이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한 동등한 환경·기회를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KPMG)와 호주 양성평등청(WGEA)이 함께 연구한 결과 호주에서 남녀 임금격차의 가장 큰 원인은 편견과 차별이다. 아직도 기업의 고위층들은 대부분 남성이다. 이 같은 구조가 편견을 재생산하고 있다. ‘리더십·고위층=남성’이라는 편견이다. 또 여성들은 저임금 업종에 많고 또 여성이 하는 일은 낮게 평가받고 있다. 예를 들어 청소업의 경우 여성이 많고 저평가받고 있다. 이는 시스템의 문제다. 바꿔나가야 한다.

-청장님의 여러 글 중 “보다 많은 남성들이 여성이 다수인 요양보호사 등 돌봄직종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을 읽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문화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이것은 단순히 직장 문화가 아니라 문화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남성들은 이 같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과거 100년 동안 남성들은 가장으로서 가정경제를 책임져왔다. 오랫동안 이런 방식으로 살아왔다. 큰 부담이었다. 나도 전남편이 사망했을 때 같은 부담을 가졌었다. 이제 여성도 이 부담을 같이 져야 한다. 가정경제의 부담을 지겠다고 말해야 한다.

그러면 남성이 두려워할 수 있다. 내가 가진 일자리를 여성들에게 빼앗기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아니다. 기존 파이를 나눠 갖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여성이 생산현장에 참여하면 파이가 커진다.

남성들도 변하고 있다. 이제 젊은 남성들은 직장에서 주 60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남성에게도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기회를 줘야 한다. 남성들도 유연근무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 주면 직원 입장에서 회사를 더 신뢰하게 되고 일도 열심히 하게 된다. 당연히 생산성이 올라간다.

(호주의 세계적인 자원관련 글로벌 기업인) BHP의 사례가 있다. 더 많은 여성을 고용할수록 작업현장의 안전성은 올라갔고 작업성과도 더 높아졌다. 지금은 자동화·기계화의 시대다. 작업현장에서 남성적인 근육은 더 이상 필요 없다.

얼마 전 BHP는 1년간 전 세계 여성직원의 신규채용을 3% 늘리는 목표를 세웠고 실제로 2.9% 증가를 달성했다. 그러면서 성과를 측정한 결과 작업현장은 더 안전해졌고 생산목표는 조기에 달성됐다. 여성고용 증가와 경영성과 증대가 실제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뉴질랜드에서는 남녀의 임금격차 축소를 한 사업장 내에서의 평등뿐 아니라 산업 부문 간 격차축소라는 차원으로 확대하고 있다. 요양보호 등 여성이 다수인 직종의 임금을 올려 조선·정보기술(IT) 등 남성이 다수인 직종의 임금과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업종 간 남녀의 임금격차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남성이 다수인 업종의 임금이 여성이 다수인 업종보다 높다. 자원 산업이 헬스케어 산업보다 임금이 많다. 역시 남성 위주의 리더십 문제다.

여성이 다수인 업종의 노동가치를 다시 봐야 한다. 간호사·교사 등도 우리 사회에서 아주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왜 이들의 임금이 남성이 다수인 업종의 임금보다 낮아야 하나.

남성이 여성 다수업종으로 가면 업종의 전체 임금이 올라간다. 남성들이 간호사·교사직 등으로 많이 가야 한다. 이는 현실적인 필요이기도 한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호주의 간호사가 약 12만3,000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성만으로는 이 부족분을 채울 수 없다. 남성들이 많이 가야 한다. 미국의 인구조사 통계에 따르면 남성들이 여성 다수업종에 갈 경우 그 업종의 임금이 올라간다.

-한국에서도 남녀 임금격차가 커지는 가장 큰 이유가 출산·양육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이다. 호주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기업·개인 차원에서 각각 어떤 일을 해 가고 있나.

△출산 후 직장 복귀가 쉽지 않은 점은 호주도 한국과 동일하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 여성근로자가 출산 후 복귀하지 않는다면 새로 뽑아야 하고 또 교육해야 한다. 따라서 많은 기업이 출산 후에 복귀할 수 있도록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즉 출산·양육 휴가 중이라도 회사와 계속 연락할 수 있도록 회사 e메일을 열어주고 업무 핸드폰도 그냥 주기도 한다. 상사가 가끔 전화해서 안부를 물어보기도 하고 휴직 중 아이들을 데리고 회사로 나와 간단히 티타임을 갖는 이벤트도 마련한다.

칼텍스의 경우 출산휴가 후 여성이 복귀하면 2% 추가 임금을 2년간 더 지급한다. 당연히 복귀율은 100%이다.

남성의 육아휴가를 권장하는 회사도 있다. 건강보험회사인 메디뱅크에서는 남성의 육아휴가를 권장했는데 첫 휴가자가 나왔다. 롤모델인 셈이다. 첫 도전자는 누구나 두렵다. 4개월 뒤 내 자리가 그대로 있을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두렵다. 그것은 여성도 마찬가지다. 누가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을 다 알고 아이 낳나. 낳고 나서 알아가는 것이다.

육아휴가를 마친 그 남성이 “힘들었지만 내 인생에서 한 결정 중 가장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제 남성들에게도 어린 자녀들과 함께하는 멋진 시간을 돌려줘야 한다. 롤모델이 있으면 다른 남성들도 따라간다.

-페미니즘에 대한 호주 남성들의 인식은 어떤가.

△페미니즘이란 나의 경우 동등한 기회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의 절반이 여성이다. 여성을 활용하지 못하면 세상 절반의 위대한 지혜와 능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인간 전체의 문제다.

여성·남성의 문제가 아니다.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다.

증거사례가 있다. 호주의 여성노동력을 6% 늘리면 호주 GDP가 11%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매켄지에서는 남녀 고용격차·임금격차를 줄이면 전 세계적으로 12조달러의 경제규모가 증가한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즉 전체적으로 파이가 커진다. /안의식기자 miracle@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조부가 총리·조모는 첫 여성 국회의원…정치명문가 출신

■She is~



호주 남쪽의 섬 태즈메이니아에서 태어난 리비 라이언스 양성평등청 청장은 호주의 정치명문가 출신이다. 할아버지 조지프 라이언스는 호주 총리를, 할머니 이니드 라이언스는 호주 최초의 여성 국회의원, 최초의 연방 각료를 지냈다. 라이언스 청장의 아버지 케빈 라이언스 역시 태즈메이니아주 부총리를 지냈다.

그는 지난 2015년 양성평등청장으로 취임하기 전 민간에서 여러 회사를 거쳤다. 멜버른대를 졸업한 후 사회생활의 첫 시작은 초등학교 교사였다. 이후 민간회사로 자리를 옮겨 에너지·자원·통신 등 여러 분야의 회사를 거쳤다. 호주의 유명한 광산기업 BHP빌리턴에서는 올림픽 댐 프로젝트를 맡아 총괄했다. 철광석 기업인 아틀라스아이언, 광산 기업인 CITIC퍼시픽마이닝, 알루미늄 관련 기업인 알코아, 전기회사인 웨스턴파워 등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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