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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김동하의 머니테인먼트]"비싸게 잘만들어 단기에 대박내자"...제작비 200억대 드라마·영화 봇물

여름방학·연말연시 등 겨냥 블록버스터가 영화계 트렌드로

드라마도 넷플릭스 등 통한 사전판매로 텐트폴급 제작 확산

수익성 중심 전략에 질 보다 눈요기에 치중은 우려할 일

블록버스터(blockbuster). 직역하면 ‘구역 박살내기’정도 될까. 블록버스터는 원래 2차대전 때 쓰인 영국군 폭탄의 이름으로 한 구역(block)을 완전히 파괴한다(buster)는 의미에서 온 말이다. 폭탄에서 시작한 이 말은 SF나 특수효과 등을 활용한 자본투자로 막대한 흥행수입을 올린 영화를 의미한다.

비싼 제작비의 헐리웃 영화를 상징하던 이 말은 한국에서도 비싼 제작비의 영화를 칭하는 말로 활용됐고, 어느 새 100억원 넘는 규모의 영화를 ‘블록버스터급’ 또는 직접 ‘블록버스터’로 칭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98년 24억원을 들여 제작한 ‘쉬리’를 최초 블록버스터급 영화로 꼽는다. 2002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광고홍보비를 포함한 총 제작비 100억원 시대를 열었고, 이후로 꾸준히 증가하여 2016년에는 11편, 2017년에는 12편이 100억원을 넘었다. 2018년부터는 200억원 규모는 돼야 ‘블록버스터급’ 영화로 꼽힌다. 여름 성수기는 물론이고 추석 연휴와 연말 연시에도 한국의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은 200억원 규모의 블록버스터급 영화로 승부를 겨루는 일이 트렌드처럼 형성됐다.

2018년 여름 개봉한 워너브러더스의 ‘인랑’은 약 230억, CJ의 ‘공작’과 롯데의 ‘신과함께2’는 200억, 가을 개봉을 앞둔 NEW의 안시성은 220억원 규모다.





#영화에서 드라마까지 가는 블록버스터와 텐트폴

요즘에는 블록버스터보다 더욱 자주 등장하는 말이 ‘텐트폴’(tentpole)이다. 텐트를 세울 때 중심을 지지하는 기둥을 뜻하는 말인데, 제작사의 입장에서 수익의 가장 크고 중요한 기둥 같은 작품이라는 의미로 파생되어 쓰이고 있다. 텐트를 세울 때 가로지르는 중심 기둥부터 세워놓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유명 감독과 배우, 프로듀서를 섭외한 뒤 제작을 완료하기 전이나 개봉전에 트레일러 영상 등을 공개하면서 여러 나라나 방송사, 투자사들의 입찰을 거쳐 사전판매(Pre-sales)를 완료하는 형태다. 연휴나 방학 등 성수기를 겨냥해 상업적 흥행코드에 맞춰 제작하는 규모가 큰 작품이나 마블과 같은 유명 프랜차이즈물 등을 의미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드라마 시장이 커지면서 텐트폴은 드라마에도 쓰이는 말이 됐다. TVN의 ‘도깨비’나 ‘화유기’, ‘미스터 선샤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처럼 평균 제작비가 150~400억까지 달하는 대형 드라마들이 넷플릭스 등의 OTT나 글로벌 방송사 등을 통해 사전판매를 실시하면서 드라마 역시 텐트폴급의 제작이 늘어나는 추세다.

영화 배급사 NEW가 2016년 태양의 후예로 크게 성공하자 2018년 ‘미스 함무라비’에 이어, ‘뷰티 인사이드’, ‘무빙’ 등의 드라마를 연달아 제작하는 점도 드라마로의 텐트폴 이동을 보여주는 사례다. 영화 배급사 쇼박스 역시 ‘이태원클라쓰’, ‘대새녀의메이크업이야기’등 웹툰의 드라마 판권계약을 체결하며 드라마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 빨리, 많이 벌기를 선호... 수익률 ‘주춤’우려도

그렇다면 한국의 블록버스터급, 텐트폴급 영화나 드라마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이유는 뭘까. 가장 주요한 이유는 수익성이다. 극장, TV, VOD, OTT 등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는 접점이 확대되면서 흥행의 주기도 매우 짧아졌다. 때문에 비싸게 잘 만든 작품으로 단기에 흥행을 성공시켜 끌고 가는 전략이 확대됐고, 성과도 좋았다.

실제로 2016년을 정점으로 100억원 넘는 영화 82%에 해당하는 11편 중 9편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수익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수익의 규모와 기간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단순 수익률로만 봐도 10억짜리 영화를 만들어 100% 수익을 낼 경우 10억원이지만, 100억짜리 영화를 100% 수익 낼 경우 한번에 10배에 달하는 100억원을 벌 수 있다.

CJ E&M과 쇼박스, 리틀빅픽쳐스 등 배급업계에 따르면 2015~2017년 메인 투자배급사들이 여름 성수기에 선별해 공개하는 텐트폴 영화의 경우 평균 30~4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여름 성수기를 제외한 평균은 마이너스 수준으로 대조적이었다.

외부 투자자들이 영화에 투자하는 시점이 대부분 제작 후반부터 개봉 전이고, 1차 투자금 정산이 개봉 후 5~6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영화는 상대적으로 매우 짧은 기간에 수익을 회수할 수 있는 투자수단이다. 따라서 단기간에 많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본의 특성상 10억짜리 영화에 여러 편 투자해 장기간 흥행을 바라는 것 보다는 확실한 성수기 영화 한편에 많이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다.

드라마 역시 흥행이라는 변수를 감안하면 글로벌 사전판매 등으로 리스크를 분산한 텐트폴 작품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지난 5월 발간한 ‘드라마, 올해만 좋을까요’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드라마의 수익률은 -10~15%수준인데 반해, 텐트폴 드라마는 수익률이 30~60%까지 거두고 있다. 특히 방송사 방영권료에 의존하던 드라마의 수익구조가 OTT 등 다른 여러 플랫폼으로 확대되면서 작품 자체의 수익률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그렇다면 한국영화와 드라마가 블록버스터와 텐트폴에만 치중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필자는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며, 텐트폴로의 치중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미 2017년 100억원 넘는 영화의 50%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했고, 2011년부터 7년 연속 50%를 넘었던 한국영화의 점유율은 2018년 7월 현재 헐리웃 거대자본의 외화에 밀려 50%아래로 떨어졌다. 작품의 질적 측면에서도 눈요기와 대중적 감성으로만 쏠리기 쉽다. 엔터테인먼트와 예술이 융합하고 경쟁하면서 이뤄졌던 영화의 발전역사를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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