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쳤다. 나갈 돈은 늘어나는데 들어올 돈은 줄어든다. 돈을 내는 쪽에서는 아예 없애라고 난리다. 국민연금 이야기다.
정부·정치권·대기업·시민단체 등 갖가지 이익집단이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연금을 흔들었다. 이들 중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진정으로 우선한 쪽은 없어 보인다. 투자 실력보다 청와대 의중만 좇다 기금운용이사(CIO)를 1년째 비워두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지금이 바닥이라면 오를 일만 남았으므로 차라리 다행이다. 전 세계 연기금 중 15년 넘게 1위를 지켜온 캐나다국민연금(CPP)은 지난 1966년 설립 후 30년 동안 수익률에는 관심이 없었다. 1993년 기금 고갈 위기를 겪었고 1997년에 법을 만들어 수익률만 목적으로 하는 연금으로 재탄생했다. 정부나 가입자 대표 대신 기업경영·금융·투자 등 수익을 추구하는 전문가 집단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캐나다국민연금투자기구(CPPIB)를 만들었다. 이후 이들은 글로벌 투자를 목적으로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CEO) 등을 구성하는 개혁을 수년간 진행했다. 2013년부터 해외투자를 총괄하다 CEO가 된 마크 머신은 골드만삭스 출신의 전형적인 금융인이다. 최근 캐나다 민간기업 77만개의 CEO 중 최고 경영자로 뽑혔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투자 책임자는 한국인 김수이씨다. 맥킨지 등 글로벌 컨설팅회사를 거쳐 15년 이상 글로벌 연기금에서 사모펀드 경험을 가진 투자전문가다. 투자와 직접 연관없는 비서실장·홍보전무도 모두 기업 인수합병 전문 변호나 기업 홍보 전문가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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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민연금은 대선 캠프 출신이 앉는 공단 이사장과 투자업계 출신이지만 청와대가 내정해온 CIO, 그 위에 대통령이 임명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구성돼 1~2년에 한 번씩 낙하산 갈아타기를 해왔다. 올해 상반기 CPP의 국내외 주식투자 수익률은 11%로 국민연금의 10배가 넘는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캐나다 연금은 수익률이 조금만 떨어지면 굉장한 위기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고갈 위기의 두려움이 국민과 정부·기금을 하나로 묶었다.
오는 21일 국민연금 CIO 후보 면접이 열린다. 몇 달 전 청와대 내정논란이 무색하게 이번에도 특정 후보를 청와대가 민다는 소문이 돈다. 국민연금이 바닥을 치고 오를 때라는 위기감은 국민들만의 것일까.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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