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표지만 보고 지난번에 산 책 표지가 리뉴얼됐나 싶어서 봤더니 제목도 저자도 완전히 다른 책이었어요.” (직장인 김지영 씨(30세))
김 씨의 말대로 최근 책 표지가 똑같은 책들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콘셉트가 비슷한 것이 아니라 같은 이미지에 색상 톤만 조금 바꿔 표지만 보면 같은 책으로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실제로 ‘인간의 모든 성격’과 ‘이해 없이 당분간’, ‘웃으면서 할 말 다 하는 사람들의 비밀’과 ‘주말에는 더 행복하기로 했다’, ‘긍정의 말습관’과 ‘인생, 어떻게든 됩니다’ 등이 색상의 톤만 조금 다를 뿐 같은 일러스트레이션 이미지를 사용해 같은 책으로 오인할 만큼 표지 디자인은 매우 흡사했다. 서해문집이 오는 20일 출간하는 ‘인간의 모든 성격’은 최현석 박사의 신작으로 감각, 감정, 동기 등의 키워드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새롭고도 총체적으로 풀어낸 ‘인간개념어사전’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이해 없이 당분간’은 김금희, 임현 등 신예 소설가와 한창훈, 이제하 등 중견·원로 작가들의 작품이 수록된 소설집으로 지난해 8월 출간했다.
올해 3월 북클라우드가 출간한 ‘긍정의 말습관’과 5월에 꼼지락이 출간한 ‘인생, 어떻게든 됩니다’ 역시 전혀 다른 책이지만, 표지만 보면 영락없이 같은 책의 리뉴얼 버전으로 보인다. ‘긍정의 말습관’은 대화법, ‘인생, 어떻게든 됩니다’는 50대를 주제로 한 에세이다. 알에이치코리아가 지난 1일 출간한 ‘주말에 더 행복해지기로 했다’와 지난 7월 25일 리더스북이 출간한 ‘웃으며 할 말 다 하는 사람들의 비밀’ 역시 전혀 다른 책이지만 표지 디자인은 거의 흡사하다. ‘주말에 더 행복해지기로 했다’는 캐나다 베스트셀러작가인 카트리나 온스태드가 주말을 왜 주말답게 보내지 못하는지에 대해 살핀 신간이며, ‘웃으며 할 말 다 하는 사람들의 비밀’은 43가지 심리로 알아본 대화법 서적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출판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과거에는 명화나 유명 사진을 우연히 같이 쓰는 경우가 있었지만, 요즘은 일러스트레이션을 사이트에서 구매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라며 “그럼에도 책 표지는 책의 정체성의 중요한 실천이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사용하려고 하는 이미지가 이미 다른 책에 사용됐다는 것을 알고도 한 것이라면 이는 도의적으로도 문제이며, 설사 모르고 했더라도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며 “이러하나 무심함은 독자에게 혼란을 초래하는 것이자 배려가 없는 출판행위”라며 “편집 문화 자체가 위기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출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출판이 대중화되면서 책을 만드는 작업이 ‘패스트 푸드’ ‘패스트패션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표지 디자인을 외주를 주면서 벌어지는 형상에, 2030 여성들을 겨냥한 파스텔톤의 ‘달달한’ 이미지를 선호하다 보니 같은 이미지를 사용하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조금 힘들더라도 출판사에서 출판사 아이덴티티를 책 표지에 보여주려는 노력을 독자들은 인정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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