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선포한 ‘중국몽(中國夢)’의 문화적 실현을 과제로 삼고 있는 공자학원이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부터 아프리카 벽촌까지 빠른 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중국몽을 이루기 위해서는 ‘소프트파워(물리적인 힘이 아닌 민간교류와 원조·예술·학문·교육·문화 등 무형의 힘으로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력)’가 필수적인 만큼 중국 소프트파워 전파의 첨병 역할을 하는 공자학원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자학원은 중국 교육부가 각국의 대학과 연계해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세운 비영리 교육기관으로 지난 2004년 출범한 후 2018년 2월 기준 전 세계 138개국 525개소에 퍼져 있으며 수강생은 210만명(2017년10월 현재)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공자학원 1,000개 설립을 목표로 삼고 글로벌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공자학원은 중국 공공외교가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자본과 기술 유치를 위한 것이 중국의 첫 번째 공공외교였다면 이제는 중국이 문화적 책임대국으로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공자학원을 대표적 브랜드로 키워냈다”고 말했다.
공자학원의 전 세계 확장은 무엇보다 시 주석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2012년 처음으로 중국몽을 주창한 시 주석은 이듬해 공자의 고향인 산둥성 취푸시를 찾으며 유학과 중국 전통문화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천라이 중국 칭화대 국학연구원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차 당대회 후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라는 표현이 새롭게 등장했는데 문화 분야에서 중국의 특색은 중국 문화의 계승과 발전”이라며 “시 주석이 공자의 고향을 방문한 것 등을 봤을 때 앞으로 긴 시간 동안 중국 유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중국몽은 중국의 신경제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에도 반영되는데 일대일로 과정에서 중국의 역사·영토·민족주의가 국경을 넘어가면서 중화주의가 더욱 확산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자학원을 통한 중화주의의 확산은 특히 아프리카 대륙에서 두드러진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공자학원은 아프리카 대륙에 이미 50곳 넘게 생겨났으며 중국어가 아프리카대륙 공용어의 자리까지 노리고 있다. 세네갈 공자학원의 책임자인 마마도 폴은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50년 안에 중국어가 프랑스어처럼 공용어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프리카 곳곳에 세워진 공자학원은 중국어와 중국 역사·문화뿐 아니라 취업에 필요한 엔지니어링과 정보기술(IT) 교육도 제공해 인기가 높다.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 있는 공자학원에 다니는 디예예(25)씨는 “중국 기업들은 세네갈 최대의 도로와 건물들을 지었다”며 “중국어를 배워 중국 회사에 취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공자학원이 현재 23개에 달할 정도로 활동이 활발하다. 국내 대학들은 중국과의 교류 활성화와 대외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공자학원을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화주의의 노골적 전파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교수는 “중국은 우리와 문화적 유사성이 있는 나라로 존중하며 협력·우호 관계를 강화할 필요는 있지만 공자학원이 중화주의로 치우쳐 있고 중국의 논리만을 설명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만큼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진기자·특별취재단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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