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접 땅을 골라 설계한 집에서 사는 것. 이런 로망을 품고 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은 적당한 돈이 모이고 결심이 서면 집짓기에 뛰어든다.
문제는 집은 보통 살면서 딱 한 번 짓기에 대부분 초심자라는 것이다. 집 짓는 과정에는 난관이 산적해 있어 홀로 이를 헤쳐가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특히 소규모 건축현장의 경우 초보건축주와 영세건설사 간에 계약이 이루어지다 보니 더욱 사건·사고가 많다.
예컨대 공사 지연은 애교 수준이다. 건축사나 시공사, 하도급업체과 소송이 하나쯤 안 걸리는 것도 이상할 정도다. 기껏 집을 지었더니 경매로 넘어가버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처럼 집짓기 난이도가 높다 해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집을 짓기로 마음먹었다면 좋은 건축사를 찾는 것이 최대과제다. 건축주를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가까이서 가이드해주는 사람은 건축사이기 때문이다.
우선 자신이 원하는 건축물을 전문으로 설계하는 건축사를 찾아야 한다. 협소주택, 다세대주택, 원룸주택, 전원주택, 상가주택, 근린상가 등 건축물 종류에 따라 전문건축사가 있다.
건축사에게 공사·디자인 감리 능력이 있는지, 내가 짓고자 하는 건물과 유사한 건물을 설계한 경험이 많은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건축 공정 전체를 이해하고 내·외장 인테리어 감각이 있는 건축사들이 있다. 건축은 전체가 하나의 연결된 과정이기에 건축사가 계속 공사현장에 와서 살피고 도면에 맞게 바로 잡아줄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건축을 자신의 작품으로 여기는 예술가형 건축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 건축사를 후원할 요량이 아니라면 말이다. 건축은 수없이 많은 협의를 통해서 진행되는 ‘생물’이기에 소통에 능한 건축사를 만나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건축사를 어디서 만날 것이냐 하는 것. 일단 건축 인허가 관청 앞에 있는 건축사를 맹신하면 곤란하다. 일명 ‘허가방’ 도면 전문업체들이 줄 서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쟁이 치열한 탓에 저렴한 설계견적을 내고 나중에 추가견적을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건축 잡지를 여러 권 읽으면서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건축사와 건축주를 접촉하는 방법도 있다. 또 최근에 믿을 만한 건축사들을 모아놓은 온라인 플랫폼들도 등장하고 있어 이용할 만하다. 다만 플랫폼의 대표자가 건축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전문가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직접 집을 지은 지인을 찾아 소개를 받는 것이다. 일단 지인에게 얘기를 듣고 만나기에 건축사에 대한 판단도 용이하다.
좋은 건축사를 만나 첫 단추를 잘 끼우면 그다음부터는 술술 풀리는 경우가 많다. 집을 사는 것은 여러 번일 수 있지만 짓는 것은 단 한번일 가능성이 높다. 건축사를 고르는 데는 발품을 아끼지 않아야 함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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