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바이오 기업 연구개발(R&D) 비용의 무형자산화 처리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승인 이후 자산화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입장이던 금융감독원이 국내 바이오 업계의 상황을 고려해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자산화를 수용하고 2상인 경우에도 상황에 따라 자산화 수용 비율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금감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20일 “임상 3상의 경우 자산화를 수용하고 2상의 경우에도 상황에 따라 자산화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기존 금감원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그동안 금감원은 개발비의 자산화와 관련해 새로 변경된 국제회계기준(IFRS)이 원칙 중심이기는 해도 연구개발비 자산화에 대한 보편적인 기준이 존재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앞서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IFRS를 도입한 국가의 경우에도 정부 승인이 난 후 연구개발비를 자산화한다”며 “우리처럼 연구개발비를 임의적으로 자산화하는 국가는 없다”고 강조했다. 분명히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회계처리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인 셈이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바이오 기업의 감리 과정에서 일부 기업들이 인건비까지 개발비로 포함해 자산으로 처리하거나 폐기된 연구개발도 개발비에 포함하는 등 단순히 개발비의 자산화 적절성뿐 아니라 기본적인 회계처리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감리 이후 기준이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금감원이 예상과 달리 자산화 처리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국내 바이오 기업의 회계처리가 제각각이어서 일종의 기준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은 현재 감리·제재 집행 방식의 선진화 추진 의지에 따라 사후처벌이 아닌 적시 오류수정을 위해 회계처리가 미숙한 기업들에 일종의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마다 연구개발비 자산화 관련 회계처리가 다르지만 해당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의 회계처리 내용을 알기 어려워 연구개발비 자산화 회계처리 근거가 부족한 회사들에 다른 회사에 비해 이런 점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하는 정도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개발비의 자산화와 관련해 새로 변경된 IFRS가 원칙 중심인 만큼 지침 수준이 아닌 금융당국의 컨설팅도 기업들의 재량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IFRS에 따르면 미래 경제적 효익의 유입 가능성이 있으면 자산화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거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은 미래의 경제적 효익의 유입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경우에만 자산화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던 것과 비교하면 기업의 재량권을 확대한 셈이다. 금감원이 자산화 기준을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만큼 감리를 받고 있는 바이오 기업들의 제재 가능성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들의 회계처리가 맞느냐, 틀리냐 그런 것을 확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글로벌 스탠더드와 비교해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에 자산화하는 게 맞는지 보는 단계”라고 밝혔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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