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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_창업을_응원해]“네가 쓰는 그 아이라이너, 만년필 기술로 만든거야”

황은희 STB 대표./STB




“화장품 업계에 있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기술이 발전해도 절대 사람을 배제할 수 없는 산업이거든요. 제품 개발부터 판매까지 사람의 손길이 필수적이죠.”(황은희 STB 대표)

화장품 업계에 발을 들인지 20여 년. 그전까지는 화장을 즐겨 하지도 않던 사람이 어느새 연 매출 50억 원을 눈앞에 둔 화장품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운이 좋았다”며 겸손한 답을 내놓지만 황 대표의 이야기에는 분명한 사업 철학과 비전이 녹아 있었다. 중소 화장품 회사의 직원에서 직접 기업을 이끌기까지. 황 대표의 삶을 들여다봤다.

◇화장품과 연을 맺다

황 대표가 화장품과 처음 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0년이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국내 한 중소 화장품 회사에 입사하면서다.

“작은 규모의 회사였는데 사장님이 대학 선배였어요. 제품 개발 마케팅 업무를 맡아서 사장님과 함께 고민하며 브랜드를 키웠죠. 그때는 진짜 일만 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딱히 출퇴근이라는 개념이 없을 정도로 열심이었으니까요.”

황 대표가 1년에 개발한 제품만 100여 개였다. 어떤 고객층을 노릴 것인지, 용기 디자인은 어떻게 만들지와 같은 세세한 것부터 홍보·판매 전략까지, 제품 개발의 ‘A to Z’가 모두 그의 업무 영역이었다.

화장품에 큰 관심이 없던 그였지만, 당시만 해도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일에 열중하다 잠깐 뒤를 돌아봤을 때는 어느새 10년이 넘는 시간을 한 회사에서 보낸 후였다.

◇모든 것을 쏟았던 회사를 나오다

모든 것을 쏟아붓던 회사를 나온 것은 2012년이었다. 해외에서 우리나라 화장품이 경쟁력을 가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황 대표 본인의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다.

“회사를 그만두고 1~2년 동안은 정신 없었어요. 창업을 하려고 회사를 나온 건데 여기저기서 컨설팅 요청이 계속됐거든요. 신규 화장품을 시장에 내놓고 싶은데 제품 개발 컨설팅을 해달라는 내용이었죠.”



생각보다 창업은 쉽지 않았다. 10년 넘게 화장품 업계에 있었지만, 네트워크를 쌓아놓지 못한 것도 약점으로 다가왔다. 일에만 열중하다 보니, 정작 사업에 필요한 인맥을 탄탄히 쌓지 못했다. 결국 제일 잘할 수 있는 분야인 화장품 컨설팅으로 사업 전략을 맞추고, 2013년 말 ‘STB(Simple is The Best·단순함이 최고다)’를 설립했다.

◇‘사람’에 집중한 사업 전략

황 대표는 화장품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사람’이라고 단언한다. 특히 사람 간의 관계, 커뮤니케이션에 따라 일의 성쇠가 달려있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STB의 주력 분야인 화장품 컨설팅 기술이 특히 그렇다. 기술보다는 사람이 중요한 사업이다.

화장품 컨설팅은 간단히 말해서 화장품 개발을 대행해주는 일이다. A 회사에서 의뢰가 들어오면, 최근 화장품 시장의 유행과 고객 성향 등을 파악해 턴키(Turn Key·제품 생산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완성한 후 발주자에게 넘기는 방식) 형식으로 제품 개발부터 홍보 전략까지 완성한다. 업계 내 이해관계자뿐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바도 모두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인 이유다.

“화장품 유행은 굉장히 빨리 변화해요. 게다가 다양한 회사가 협업해야 제품 하나를 완성할 수 있죠. 그 사이에서 서로의 관계를 이해하고 소통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힘들어요. 저희가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은 그런 인문학적인 측면에 강점을 가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년필 회사에서 만드는 아이라이너

화장품 컨설팅이 지금까지의 먹거리였다면 아이라이너 제품 개발은 황 대표가 앞으로 주력할 분야다. 창업 전 회사에서 제품 개발 마케팅 일을 할 때도 아이라이너 제품을 가장 많이 다뤘다.

STB에서 생산하는 아이라이너 제품들. 황 대표는 일본의 만년필 회사와 협력해 아이라이너 제품을 개발·생산하고 있다./STB 홈페이지.


특이한 것은 그가 일본의 만년필 회사와 협력해 제품을 만든다는 사실이다. 아이라이너 용기와 볼펜 용기의 구조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볼펜 용기 뚜껑을 닫으면 안의 내용물이 새지 않고, 열면 적당히 흘러나오게 하는 기술은 일본이 가장 정교해요. 아이라이너 용기에도 같은 기술이 사용되고 있고요. 일본에서 한 해 600만 개의 만년필을 판매하는 회사를 찾아가 아이라이너 제품을 개발하자고 직접 설득했죠.”

기술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다. 황 대표는 검은색에 단편적인 모양이 주를 이뤘던 아이라이너에 여러 색을 입히고, 펜 끝 모양을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이미 품질은 검증된 만년필 회사의 제품, 거기에 황 대표가 여러 고객을 만족하게 할 다채로운 스토리를 입히는 셈이다.

◇스마트폰이 넓혀준 화장품 시장

사실 만년필 회사와 함께 만든 아이라이너 제품은 이미 시장에 공급을 시작했다. 2년 전부터 홍콩과 이탈리아 볼로니아,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 해외 화장품 전시회를 찾아다니며 제품을 알린 덕분이다. 이제는 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에 납품할 정도로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다.

황 대표는 아이라이너 시장의 가능성을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특히 스마트폰이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면서 그런 추세가 더 빨라졌다.

“과거에는 나라마다, 지역별로 선호하는 제품군이 달랐기 때문에 해외 수출에 한계가 있었어요. 지금은 유튜브 등으로 미의 기준에 어느정도 통일성이 생기면서 저희가 만드는 제품을 해외에서도 소화할 수 있게 됐죠.

물론, 해외 시장의 가능성과 그 곳에 가서 SBT의 제품을 써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은 별개의 영역이다. 황 대표는 이 문제도 결국 커뮤니케이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긴다. 사람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찾아서 ‘몰두’하세요”

2013년부터 지금까지 STB는 매년 20~30%씩 성장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50억 원. 화장품 소비자가로는 25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결코 젊다고 볼 수 없는 나이에 창업했음에도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비결은 뭘까. 황 대표는 의외의 답을 내놓는다. 본인은 진짜 원하던 일을 하기까지 너무 많이 돌아왔다고. 처음 화장품 회사에 입사했을 때부터 창업을 생각하고 준비했다면 더 빠르고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꼽는다. 창업을 꿈꾸는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 사업은 점점 많아졌는데, 정작 황 대표는 그런 정보를 몰라 혜택을 누리지 못한 탓이다.

“사업을 하고 싶다면, 그 순간에 집중하세요. 지금 당장 준비하고, 실천에 옮기는 게 중요합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젊음의 특권은 실패해도 일어설 수 있다는 데 있잖아요. 정부에서 청년 창업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도 많으니까 그런 혜택도 잘 찾아봤으면 좋겠고요.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은 저보다는 더 빠르고, 큰 성공의 길로 접어들길 바랍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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