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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韓기업, 中 만만히 보다 추월당해...기술격차 못 벌리면 경제속국"

<10·끝> 中굴기, 한국이 갈 길은

中 '제조2025' 정책에 돈·인력 등 엄청난 자원 투입

제조·서비스업 경쟁력 높고 4차혁명선 이미 韓 앞서

한국 기업, 기존 기술력에 한류 접목해 차별화 필요

정부는 포퓰리즘식 아닌 긴 안목으로 정책 끌고가야

구소련 멸망 후 미국은 명실상부한 세계의 슈퍼파워다. 경제부터 군사력·정치·문화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 이런 미국에 도전장을 내민 곳이 중국이다. 거대한 시장을 무기로만 내세우지 않는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을 구현하는 혈맥인 5세대 통신(5G) 등의 첨단산업이 비장의 무기다. 미국이 무역전쟁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 커지는 중국의 싹을 자르려는 것도 그만큼 중국의 위협이 만만치 않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우리다. 우리는 수출의 25%를 중국에 기댄다. 기술의 우위도 상당 부분 뺏겼다. 120개 기술에서의 한중 간 기술격차는 지난 2014년 1.4년에서 2016년 1년으로 줄었다. 중국이 우위를 보이는 항공우주 기술격차는 4.3년에서 4.5년으로 더 벌어졌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이 중국의 ‘경제적 속국’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중국 현지를 함께 둘러봤던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과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장,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 등과 좌담회를 갖고 그 해법을 모색해봤다. 좌담회는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진행됐다. /사회=이철균 경제부장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




△사회=미래 산업에서 중국의 굴기가 매섭습니다. 중국 현지를 둘러보니 어땠는지요.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장=중국은 이제 대국을 넘어 강국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산업정책인 ‘중국제조2025’는 단순히 어떤 산업을 육성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중국 브랜드를 육성하자’가 핵심입니다. 첨단 산업은 그동안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기술력을 가지고 해왔는데요. 이제 고부가가치인 첨단 산업도 중국 브랜드로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밀려나는 모습이 바로 눈에 보였습니다.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중국은 미국과 산업 표준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5G나 드론·빅데이터 등을 꼽을 수 있지요. 중국은 규모의 경제가 커질수록 고급 정보, 산업이 시너지가 나는 나라입니다. 중국 기업들이 기술을 끌어올려 자기들만의 플랫폼을 완성하면 중국 국민들은 거기에 익숙해집니다.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이미 밀어낸 것도 그런 구조가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사회=그런 중국을 미국이 때리고 있습니다. 중국 내부적으로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지요.

△이 소장=미국이 중국을 때리는 트럼프 효과가 분명히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지지하는 계층들은 보호주의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습니다. 그 위에 트럼프가 거칠게 올라타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때리기가 세질수록 중국은 굴기 속도를 늦출 것입니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중국 내부에서는 “‘중국제조 2025’를 대단한 것처럼 떠벌리지 마라” “시진핑을 우상화하지 마라” 등의 얘기가 나옵니다. 미국이 중국을 내려 앉힐 총알이 너무너무 많다는 것을 중국도 알았다는 얘기입니다. 솔직히 중국이 잘나가도 걱정, 못 나가도 걱정입니다. 잘나가면 우리의 산업이 따라잡힐 테고 미국에 눌려 못 나가면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타격을 입습니다. 결국 우리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실력을 쌓는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조철 산업硏 중국산업연구부장


△사회=문제는 실력을 쌓기도 전에 대부분의 산업이 중국에 따라잡혔다는 점입니다.

△조 부장=중국에서 우리 기업들이 밀려나고 있습니다. 중국 산업이 이제 질적으로 어느 정도가 되느냐가 관건일 정도입니다. 벌써 4차 산업혁명의 혈맥인 5G 통신장비에서 화웨이는 양을 넘어 질적인 측면에서도 치받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산업 경쟁력을 경계하는 것도 그만큼 기술력이 있다는 방증입니다. 물론 특허 문제로 세계 시장에 쉽게 나오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 봐야 합니다. 모든 업종에서 정도의 차이이지 한국 기업이 밀려나는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엄 실장=엄청난 기술 혁신이 없는 한 우리가 아무리 마케팅을 잘한다고 해도 이제는 한계가 뚜렷합니다. 중국의 마트에 가보니 너무 편하게 돼 있었습니다. 4차 산업 분야는 더 앞서서 중국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다 돌아봤는데 우리가 중국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솔직히 해외에서 보는 객관적 시각도 ‘4차 산업과 관련해서는 중국이 우리보다 앞선다’입니다.

△사회=그래도 우리가 우위에 있는 산업도 있는데요.

△조 부장=중국과 차별화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야 합니다. 중국은 돈과 인력 등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곧 따라잡을 기세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모든 원천기술을 다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가진 역량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중국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느슨하게 풀어주되 경쟁 우위의 원천기술은 더 격차를 벌려야 합니다. 정부가 신산업을 이야기하는데요. 중국은 신산업에서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자원을 넣고 있고 실제로 가보니 앞선 부분도 많았습니다. 모든 신산업에서 다 우위를 유지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우위에 있는 기존 기술을 고도화해 새로운 신산업으로 전이시키는 것도 방법입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


△엄 실장=LG와 삼성이 사실 전자기기나 가전에서 기술력 격차가 과연 얼마나 될까 고민해본 적이 있는데요. 우리는 중국 기업들이 내놓은 제품을 보고 “이걸 누가 쓰겠어”라며 소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기술력이 빠르게 올라오니 중국 소비자가, 시장이 그것을 받아줬습니다. 우리가 “어, 이게 아니구나”하는 순간 밀려났어요. 삼성전자가 애플의 아이폰을 따라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습니까. 경쟁력 있는 산업과 제품에서 한 번 뒤져버리면 따라잡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렇다고 중국을 마냥 경계하는 것이 답은 아닙니다. 알리바바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을 우리의 판매 창구로 적극 활용하는 것도 전략입니다. 미래 차는 중국 기업과 협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소장=선명한 기술경쟁을 하는 게 필요합니다. 현실에서 미래를 만드는 ‘메이킹 퓨처’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또 하나는 미래에 다른 형태의 경쟁력을 갖는 것을 개발해야 합니다. 경쟁력을 유지해온 기업들은 기존의 사업 분야를 개선해나가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합니다. 그것이 새로운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 미만으로 내려가도 중국 사업을 접지 않는 것도 새로운 트렌드의 변화를 기다리면서 길게 보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중국은 2049년, 30년 앞을 본 국가계획을 세웠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정권마다 정책이 바뀌고 있는데요.

△이 소장=정권 5년 가운데 1년은 축하하는 데 보내고 마지막 1년은 레임덕입니다. 특히 요즘 한국은 광장민주주의가 확대되고 있어요. 광장민주주의는 포퓰리즘의 꽃입니다. 대의민주주의의 기반인 정당정치가 끊어지는 것입니다. 3년짜리 정권으로는 패권전쟁이 벌어지는 세계와 4차 산업혁명으로 판이 바뀌는 세계 경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시장에서 정부와 정책에 대한 믿음과 추종성이 떨어져 시장을 끌고 가기 힘듭니다. 하지만 중국은 끌고 가고 있어요. 중국 국민들도 대국의식으로 국가의 장기 목표에 따라가는 분위기입니다. 이제는 우리도 정파를 떠나 긴 안목으로 산업정책을 끌고 가야 합니다.
/정리=구경우·박효정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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