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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밀레 회장 인터뷰] "치열한 승계경쟁…120년 가족경영 비결"

가족 구성원만으로 주주 구성

설립 후 분쟁 한 번 없어 유명

창업 후손이라고 가업 승계?

회사 가장 위험해지는 순간

철저하게 경영능력 입증해야

독일의 정통 프리미엄 가전업체 밀레는 글로벌 기업사에서 손꼽을 만큼 독특한 기업이다. 1899년 설립 이래 120년 가까이 4대에 걸쳐 순수 가족경영(Family Business)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징벌’ 수준의 높은 상속세율(최고 65%·최고세율 50%+대주주 할증 30% 포함) 탓에 2~3대가 이어진 가족기업이 극히 드문 우리나라 시각에서 보면 더 흥미롭다. 120년간 그 흔한 가족 분쟁 한 번 없었다는 점도 그렇다.

서울경제신문은 오는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8’ 개막을 앞두고 마르쿠스 밀레(사진) 밀레 회장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밀레 회장은 밀레 공동 창업주인 칼 밀레의 증손자다. 또 다른 공동 창업주인 진칸 가문의 후손인 라인하르트 진칸 회장과 공동 회장을 맡고 있다.





밀레는 전 세계인에 각인된 프리미엄 브랜드 파워 만큼이나 철저한 가족경영 원칙으로 전 세계 경영계의 주목을 받는 기업이다. 전문가마다 가족경영 용어 해석에 차이가 있지만, 밀레 회장 스스로는 자신들의 가족경영을 이렇게 정의했다.

“지분 과반이 가족 구성원 소유여야 하고, 가족 경영인은 단순 주주 역할을 넘어 회사의 지속 가능한 가치와 목표를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2세대 이상 성공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합니다.”

밀레의 지분 구조는 단순하다. 밀레 가문 51%, 진칸 가문 49%다. 120년째 이 구도는 불변이다. 주주는 오로지 가족 구성원만으로 이뤄져 있다. 외부 차입도 제로다. 이사회 역시 사외이사 없이 5명 전원 사내이사로 이뤄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투명한 지배구조’라고 십자포화 맞기 딱 좋은 지배구조다. 하지만 밀레 회장은 이런 가족경영 체제가 오히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고 역설했다.



밀레 회장은 “우리가 가족경영을 고수하는 것은 장기적 안목으로 경영하기 원하기 때문”이라며 “우리 스스로를 외부 투자자들에게 의존하지 않도록 하고 제3자의 간섭이나 요구 없이 우리의 결정에 만족하고 책임지고자 한다”고 말했다. “밀레는 당장 눈 앞의 이익보다 수 세대에 걸친 안목으로 사고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밀레는 확고한 오너십과 기술 자부심을 바탕으로 창립 이래 120년간 단 한 번도 역성장을 낸 적이 없다. 밀레 회장은 “단기간에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에서 나아가 다양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서 성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밀레 회장이 이토록 귀하게 여기는 가족경영이 무려 120년째 유지되는 비결은 뭘까. 밀레 회장은 그 배경에 “가족 간에 합의된 명확한 규정”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후계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과 학위 취득, 해외 경험, 타 기업 경험 등이 요구된다”면서 “개인 컨설턴트가 다양한 분야에 걸쳐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밀레 회장은 스위스 장크트갈렌 대학에서 경영학과 공학 박사 학위를 땄다. 세계적 자동차 부품회사인 헬라에서 2년간 근무하기도 했다. 창업 후손이라고 해서 모두가 최고경영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후손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 자신의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밀레 회장은 “가족 회사의 경우 어떤 이유에서든 그저 아들이나 딸이라는 이유로 특정 역할이 강조될 때 가장 위험해진다”면서 “기업가 정신은 자동으로 물려받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가족경영이 ‘만능 키’는 아니다. 밀레 회장도 이 점을 잘 안다. 밀레 회장은 “세대교체와 가족 간 의견 불일치, 변화에 대한 반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가족경영 체제의 잠재적 단점”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경영진과 가족 주주 간 업무의 명확한 구분, 창업 후손들의 회사 경영 참여 조건 등에 대한 명료한 규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회사의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에는 예외 없이 ‘60% 룰’이 적용되는 게 대표적인 가문 내 규칙이다. 안건이 통과되려면 지분 상 6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밀레 회장은 “한 가족이 다른 가족의 의견을 단순히 무시하고는 일이 진행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독특한 경영 형태만큼이나 기업 경영 철학도 도드라진다. 장인 정신이 유별날 정도로 강하다. 밀레는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60% 이상을 독일 밀레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다. 대부분의 완제품 역시 독일에서 만들어진다. 독일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12개 제조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해외 공장은 오스트리아와 루마니아, 체코, 중국 4곳 뿐 이다. 그나마도 현지 내수용 공장인 중국을 제외한 세 곳은 독일 본사와 지척에 있다. 독일 본사가 직접 생산을 관리하고 품질을 보증해야 한다는 일종의 장인 정신이 배경에 깔려 있다. 밀레 회장은 “제품이 출시되기 전까지 밀레만큼 테스트에 오랜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면서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 밀레의 ‘텃밭’인 유럽 빌트인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데 대해서는 경계하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밀레 회장은 “삼성과 LG 모두 매우 성공적이고 혁신적인 솔루션과 좋은 시장 포지션을 지닌 글로벌 기업이라는 점에서 경쟁업체로써 존경하고 인정한다”면서도 “밀레의 규모는 삼성·LG보다 훨씬 작지만 전문성이 더 뛰어나고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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