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했고 기획재정부에 혁신성장정책과도 신설했다. 그리고 규제 완화 과제 1호로 승차공유를 선정했다고 한다. 이처럼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승차공유 제도를 둘러싼 문제가 화두라는 얘기다.
많은 승용차공유 사업들이 등장했다. 우버를 비롯해 풀러스·럭시 등의 카풀앱, 최근에는 차차까지. 특히 최근 카풀앱 사업자인 풀러스가 ‘출퇴근 시간 선택제’로 사실상 24시간 영업을 하겠다고 해 서울시와 큰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업들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의 자가용 승용차의 유상 운송 금지 조항에 의해 사업을 접거나 정부와 업계의 많은 비판에 직면해왔다.
이 사업자들은 공유경제를 외치며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맞춰 과감하게 정부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사회의 낭비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언컨대 이들은 틀렸다.
우선 사회의 낭비된 유휴자원 이용이라고 주장하지만 지금의 택시야말로 사회의 유휴자원이다. 장시간 노동, 저임금이라는 열악한 처우 때문에 구직자들은 택시운전을 기피한다. 그렇기 때문에 택시회사의 택시기사 확보 수준은 거의 바닥 수준이고 가동률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결과는 전국의 택시 과잉공급이다. 그래서 지자체마다 택시감차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휴자원이 있는데 자가용 승용차 영업과 같은 택시 대체산업을 육성한다면 택시는 어떻게 될까. 택시기사 수는 더 떨어질 것이고 처우가 악화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택시 면허 프리미엄이 높다던 뉴욕시도 우버로 인해 택시기사 6명이 생활고로 목숨을 끊었다. 택시가 과잉이라는 것은 자체로 택시가 유휴자원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택시가 과잉공급이라고 하면서 유사택시업종인 자가용 영업을 허용하는 것은 누가 봐도 이치에 맞지 않는 일 아닐까.
또한 카풀이라는 공유경제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어떤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말인가. 카풀 기사들이 전업하면서 안정적인 소득을 갖고 가는가. 아니, 대부분은 프리랜서일 것이다. 앱 플랫폼 회사 소속이 아니니 법적으로 정규 근로자로서 지위도 인정받지 못한다. 아무리 택시기사의 처우가 열악하다 해도 절대로 많다고 할 수 없지만 정기적으로 정해진 소득을 받는 정규직 일자리다. 4대 보험 적용도 받고 노동과 관련한 법규의 보호를 받고 있다. 더더구나 택시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시험도 보고 교육을 받고 정부에서 면허를 받은 사람들이다. 카풀 등 자가용 영업을 허용하게 되면 비정규직 프리랜서가 정규직 일자리를 구축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두고 일자리 창출이라 할 수 있을까. 자가용 영업의 프리랜서가 설사 택시기사보다 많아진다 하더라도 이는 일자리 수의 측면에서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얼마 전까지 일자리의 질이 문제라고 얘기했던 것이 정부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카풀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왜 생겼는가 하는 점이다. 본래 우리나라에서의 카풀은 1986아시안게임이나 1988올림픽 등 국제 행사에 맞춰 자가용 승용차 같이 타기 운동의 일환으로 생긴 것이다. 이 말은 카풀 제도는 대규모의 국제 행사에 맞춰 건전한 시민정신이나 도덕적 의무감에 호소함으로써 생겨난 제도라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카풀을 엄연한 사업으로 주장하고 있다. 즉 시장 영역에 편입을 시도하는 것이고 자가용 영업 플랫폼 사업자들의 이익 창출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의 윤리적 요소가 경제적 요소로 대체될 때 건전한 시민정신은 퇴색되고 도덕적 의무감 또한 발견할 수 없다는 사실은 행동경제학 또는 심리학의 무수한 실험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또한 공유 경제를 통해 앱 플랫폼 사업들이 활성화된 영역에서는 사업 내에서의 수익이 극히 불균형하게 분배될 수밖에 없다. 즉 부의 집중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것이 왜 나쁜가. 나쁘지 않다면 공정거래법이 있을 이유가 없다. 공정하지도 않다.
4차 혁명을 통해 운수사업에서의 공유 경제를 실현하려면 유휴시설과 자원이 있는 택시를 어떻게 새로운 기술과 규제 개혁으로 먼저 살릴지를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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