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피고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면서 최종 판결을 내릴 대법원에 관심이 쏠린다. 법리적 쟁점만을 판단하는 법률심을 맡은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가 결론내린 유·무죄 판단의 법적 근거를 다시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의 판단이 항소심과 달라지면 파기환송을 거쳐 박 전 대통령 등의 형량도 바뀔 수 있다.
24일 법원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등의 상고심 재판에서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삼성그룹의 204억원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해 명시적·묵시적 청탁이 존재했는지에 대한 법리적 평가가 핵심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혐의와 관련해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작업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받았으며 그 대가로 삼성이 두 재단에 뇌물을 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박 전 대통령 등이 삼성그룹의 승계작업 현안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인정하기도 힘들다며 삼성의 뇌물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역시 두 재단 출연금에 대해서는 대가관계 등에 비춰 뇌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삼성그룹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여원의 뇌물을 준 혐의에 대해서는 1·2심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지 않아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부정한 청탁에 의한 대가관계가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에서도 ‘삼성 뇌물’이 핵심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삼성그룹의 승계작업 현안을 어느 정도 인식했는지, 이 부회장 승계작업에 관한 묵시적이고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법리적 재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영재센터 관련 뇌물 혐의는 하급심 판단이 수차례 뒤집힌 사안이다. 이 부회장이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2심에서는 유죄가 인정되면서 이 부분에 대한 대법원 심리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또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 지원도 하급심 재판마다 유죄로 인정한 범위가 조금씩 달랐다. 삼성이 정씨에게 지원한 4대의 차량을 뇌물로 볼 것인지, 말의 소유권까지 넘긴 것인지 등에 따라 판단에 차이가 났다. 아울러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증거인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을 증거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적 판단도 대법원에서 다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2심에서 선고된 각 피고인에 대한 형량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검찰과 피고인 측이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검토해야 할 법리적 쟁점이 많은 만큼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1·2심의 법리적 판단을 뒤집어야 할 경우엔 전합 회부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이 부회장의 상고심 재판과 함께 심리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서로 뇌물을 주고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고, 이 혐의의 유·무죄가 두 재판의 핵심쟁점이기 때문에 통일된 법리 판단을 위해서 한 재판부가 심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경우 이 부회장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가 박 전 대통령도 재판도 함께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최씨 등의 상고심 재판도 대법원 3부에 배당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편 국정농단 주요 피고인 중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재판만 2심 선고가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29일 결심 공판이 열릴 예정이어서 10월 초에나 2심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 핵심 피고인 중 한 명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지난 4월 28일 대법원에서 청와대 비밀문서 14건을 최씨에게 넘긴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6개월을 확정받았다. 2016년 11월 긴급체포된 정 전 비서관은 지난 5월 4일 형기를 마치고 만기출소했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고 형기까지 마친 첫 사례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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